『윤도현 2 and Band』

PART 1. 29-0-0

by GIMIN

이 앨범은 기실 YB(당시엔 ‘윤도현밴드’)의 데뷔작이라 봐도 무방하다. 윤도현의 전작이었던 『YOON DO HYUN』(1994)에서 작, 편곡과 키보드를 담당했던 강호정이 이 앨범을 만들 즈음에 이 밴드에 전격 합류했다. 그는 (「긴 여행」의 작곡과) 프로듀서와 디렉터를 겸하며 건반악기 파트를 담당했다. 「가리지좀 마」와 「철문을 열어」를 만든, 밴드 메이데이의 ‘디렉터’였던 기타리스트 유병열 또한 (메이데이의 동료였던) 베이시스트 박태희와 드러머 김진원과 더불어 이 앨범을 만들 즈음에 이 팀에 합류했다. 노래동인 ‘종이연’서부터 윤도현과 함께했던 엄태환은 여기서 어쿠스틱 기타를 담당했다.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를 녹음한 김대성 엔지니어가 이 앨범의 레코딩 엔지니어로 참여했다.) 제각기 다른 데서 모인 사람들이 팀을 이뤘지만, 이 앨범을 채운 ‘메시지’는, 이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청자에게 뚜렷하게 알려준다. 위선자를 풍자한 「하루살이」, 「가리지좀 마」, 박노해의 시를 빌린 「이 땅에 살기 위하여」, 투쟁가인 「철문을 열어」와 같은 곡은 이들의 음악적 지향점을 매우 우직하게 소명했다.


다른 건 몰라도 본격 하드 록을 표방했던 이 앨범의 건반악기 연주는 두고두고 회자할 만하다. 독일에서 음향을 전공했던 강호정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 이 앨범의 하드 록에 자신의 효율적인 키보드 연주를 채웠다. 이 앨범의 킬링 트랙인 「이 땅에 살기 위하여」의 간주를 채우는 키보드 연주나, 「철문을 열어」의 '강한' 기타 연주를 보조하는 키보드 연주, 「긴 여행」의 기타 노이즈와 더불어 시작하는 (저음부를 강조하는) 신디사이저 연주 같은 부분들은 들을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다시 한번」의 인트로를 여는 키보드 연주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청자에게 한아름 안겨줬다. 어쿠스틱 기타로만 모든 기타 파트를 연주한 곡인 「꿈꾸는 소녀」에서 그는 (오르간 사운드를 '살짝' 머금은) 키보드 연주로 은은하게 곡을 뒷받침했다. 그의 존재감 넘치는 건반 연주는 앨범의 모든 곡을 적절하게 존중하는 미덕을 발휘했다.


유병열의 기타 연주는 이 앨범에서 말 그대로 날뛴다. 「머리 아파」의 텐션을 잡고, 「철문을 열어」의 파워를 강화하고, 「이 땅에 살기 위하여」의 그루브를 능숙하게 소화하는 그의 기타 연주는 (신중하고 섬세하게 「세상속의 아이」에 접근하는 곡 해석 능력까지 겸비한 그의 안목과 더불어) 이 앨범의 하드 록 사운드를 튼실히 책임졌다. 「하루살이」와 「세상 속의 아이」의 뉘앙스를 선명히 살린 박태희의 두터운 베이스 연주와, 중저음 비트와 깔끔한 하이햇 사운드가 인상적인 김진원의 드럼 연주는 자칫 난잡할 뻔했던 이 앨범의 리듬 트랙을 다잡았다.


이러한 서포트에 힘입어 윤도현 또한 본격적으로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이 땅에 살기 위하여」의 (랩 메탈에 충실한) 가사를, 뭉개지는 발음 없이 전달하는 윤도현의 출중한 딜리버리는 「꿈꾸는 소녀」나 「어디로」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사색적인 메시지를 한꺼번에 살리는 데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하루살이」의 샤우팅과, 「머리 아파」의 댐핑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그의 (곡 해석 능력과) 보컬 기량은 이 앨범의 메시지에 굳건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시냇물이 한데 모여서 대하(大河)를 이루듯, 이 앨범 또한 여러 힘이 모여 거대한 풍경이 되었다. 질박하고 수수하지만, 그런대로 사람 가슴을 친다. 백자보다 더 아름다운, 참 잘 만든 커다란 질그릇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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