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NATION VOL. 1』

PART 1. 39-0-0

by GIMIN

마이너 코드를 연주하는 기타 연주와 먹먹한 베이스 연주가 인상적으로 엇갈리는 (최수환이 부른) 「Grin」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축 늘어진다. 중반에 이르러 퍼즈 톤과 노이즈로 청자의 마음을 잠시 긁지만, 후반엔 다시 원래의 연주로 되돌아온다. 슈게이징과 (소닉 유즈의) 노이즈 록이 절묘하게 뒤 섞인 이 곡은 흥분과 광분과 내달림으로 가득 찬 앨범의 앞부분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옐로우 키친의 사운드를 충분히 대변했다. 이 앨범의 로파이(Lo-Fi) 레코딩 또한 이 곡의 냉소적인 성격을 더욱 부각했다. 「Loony Tunas (Y.M.C.A)」의 자유로운 곡 구성이나,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의 사운드를 닮은) 도순주가 부른 「Fuzzy Sorrows」의 희한한 후반부 전환 또한 로파이(Lo-Fi) 사운드 특유의 거친 질감으로 인해 더욱 ‘뼈’가 두드러졌다.


여운진의 디스토션을 건 베이스 연주가 굳건히 곡의 초반부를 잡은 「Betty Sticked The Fork In Her Eyes」와 최승훈의 드러밍이 인상적인 「Under The People」과 독특한 구성미가 매력적인 「Orthodox Method To Enter Mass View」을 지나 이들은 드림 팝인 ‘히든 트랙’을 청자에게 들려주며 자신들의 차례를 마쳤다. 크라잉넛의 소리와 다른, 옐로우 키친만의 오롯한 소리가 앨범의 후반부를 묵직하게 떠받쳤다.


서정적인 톤의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펑크 걸」, 「Everyday」, 「Balad body」에서 드러난 특유의 속도감은 (앨범의 전반부를 차지한) 크라잉넛의 이채로운 펑크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또한 「엿장수 맘대로」의 ‘궤변’은 훗날의 크라잉넛 음악을 예비했다. 이 앨범의 로파이[Lo-Fi] 사운드를 어느 정도는 감안하더라도, 「도대체 넌 뭐냐」나, 「펑크 걸」에서 한경록은 상당히 인상적인 베이스 연주 실력을 드러냈다. (아마도 이 앨범의 엔지니어이자, 녹음 스튜디오 제공자인 신대철의 공이 지대했으리라.)


이 파트의 딱 중간에 「말 달리자」가 있다. 단순한 코드 진행을 반복하는 기타 연주, 투박한 보컬 하모니, 브릿지를 수놓는 선명한 베이스 연주, 유달리 느리게 시작하지만 훅에 이르러 블래스트 비트를 ‘갈기는’ 드러밍, 「말달리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미묘하고 복잡한 모든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칼로 썩둑, 벤다. 이 곡을 들으며 ‘달리는’ 일이 ‘바보’가 되지 않는 일과 무슨 인과 관계가 있는지를 질문하는 사람은 없다. 이 곡은 그저 내달릴 뿐이다.


그 당시에 펑크 록이란 음악에 생경했던 사람들에게 (느린 BPM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가사가 잘 들리는 첫 펑크 곡’이었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 곡은 이들의 직진성과 반항을 청자에게 차근차근히 알리며, 곡의 설득력을 획득했는지도 모르겠다. 곡의 훅은 펑크 록의 달리는 속도로 황급히 복귀하며, 브릿지에서도 아낀 에너지를 한꺼번에 배출하는 듯하다. (이들은 전혀 이를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한국 대중음악이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를 쟁취하며 (은유의 미로를 벗어나) 획득한 자유를 이들은 주저 없이 마음껏 구사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저지르기만 해도 예술로 승화하는, 행복한 시절을 담은 스냅사진이 바로 이 앨범이다. 이 앨범에 붙은 ‘최초의 인디 자주 제작 앨범’이라는 타이틀은 이러한 점에 비하면 그저 사족(蛇足)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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