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Ⅱ』

PART 1. 43-0-0

by GIMIN

앨범 전반부에 있는 강인원의 세 곡은 감미롭기 이를 데 없다. (세 곡의 중간에 놓인 김현식의 「첫사랑」 또한 감미롭다.) 「이대로가 좋아요」는 이영재의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빛나고, 「커텐을 젖히면」은 나중에 발매되는 우순실 솔로 1집 앨범의 연주보다 훨씬 세련된 연주(특히나 조원익의 베이스 연주가 인상적이다)가 인상적이다. 강인원의 곡은 (당대에 만연한 통속적인 음악과 다른) 감미로운 서정성을 청자에게 확실히 어필했다.


이주원이 만든 「하우가」가 나오며, 이 앨범의 장르는 프로그레시브 포크로 표변한다. 크로매틱 스케일 화음의 반복으로 인해 일어나는 주술적인 성격을 외형률과 문어체가 담뿍 들은 가사로 더욱 강조하는 이 곡은 (강인원의 곡에서 주요 제재로 등장했던) ‘밤’이 보다 깊은 은유로 거듭났다는 점을 청자에게 어필했다. (사실상 록 트랙이라 볼 수 있는) 「별조차 잠든 하늘엔」의 블루스 기타 연주는 바로 이 ‘밤’의 불안정성을 소리로 구현한 듯하다. (단순한 짜임새의 연가인) 「내가 너와 함께」는 이주원의 무덤덤한 보컬이 이 ‘밤’에 메마른 향취를 짙게 아로새겼다. (추측컨대, 이 메마름은 시대적인 맥락과 아주 무관하지만은 않았으리라. 이 앨범 이후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앨범들을 프로듀싱한 나동민의 행보를 생각하면 더더욱.)


나동민은 강인원의 감수성보다는 이주원의 감수성에 더 맞닿은 곡을 지었다. (살짝 벗어난 곡 구성이 도리어 매력적인) 「잠 못 이루는 이밤을」은 이주원의 곡이 지닌 음악적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은 듯 들린다. 「언젠가 그날」은 독특한 블루스 기타 연주를 집어넣으며 곡이 지닌 독특한 구성을 더욱 강조한 듯하다. 한편으로, 크레디트엔 나동민의 곡이라고 적혔던(사실은 최성원이 나동민에게 ‘준’ 곡인) 「조용히 들어요」의 단아한 성격은 제법 우아하다. 나동민의 곡은 강인원의 곡이 지닌 ‘낭만’과 ‘당신’이라는 호칭을 이어받았지만, 곡의 정서와 연주와 사운드는 이주원의 곡과 충분히 조응했다.


세 사람의 곡은 이처럼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녔다. 그러나 이 앨범 특유의 선명한 사운드가 이 세 사람의 곡을 강력하게 하나로 묶었다.


엄밀히 말해 이 작품은 이들의 복귀작이었다. 나동민과 강인원이 이주원을 설득하면서 이들은 다시 뭉칠 수 있었다. 이들은 서툴게나마 직접 연주까지 담당하는 한편, 뜻이 맞는 동료들을 세션으로 채용하며 이 앨범을 만들었다. 이 앨범의 세련미 넘치는 사운드는 바로 이러한 선택 덕분에 이뤄졌다.


이 앨범을 함께 만든 ‘동료들’을 모두 언급할 필요가 있다. 훗날 들국화의 음악적 ‘척추’를 담당했던 최성원과 허성욱. 솔로 피아니스트로 거듭났던 김광민. 재기 넘치는 포크 뮤지션 이원재. 80년대 대중음악계를 주름잡았던 드러머 안기승. 이 앨범에 유일한 객원 보컬로 참여했던 우순실. 이 앨범에 자작곡 「첫사랑」을 제공했던 훗날의 거장, 김현식.


소담하다 싶으면 서늘하고, 서늘하다 싶으면 세심한 이 앨범의 ‘밤’에 수많은 ‘별’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내심 흐뭇하다.



26.jpg


keyword
이전 26화『불어오라 바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