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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y Oct 02. 2024

대만 징롱 게이샤 스페셜 허니

스페셜티 커피 에세이 시리즈 # 3



시리즈의 세 번째 커피입니다.




대만 징롱 게이샤 스페셜 허니

(Taiwan Jing-long Geisha Special Honey)



Variety: Geisha



Dripper: Hario V60



Process: Special Honey



Note: Jasmine / Bergamot / Cedar / Palo Santo / Grapefruit Tea / Dried Tomato / Oolong Tea



Information:



3m 30s

100 ℃

백산수


-


20g

pour 320g 

Ratio 1:16


-


TDS: 1.14

EY: 18.24

[21 - 31 ℃ 구간에서 최소 30회 이상 측정한 평균값]



Grinding size(㎛): 1,095.88 - 1,108.81 ㎛



Review:



대만의 징롱, 아리산에서 온 게이샤


이제는 아시아에서 생산된 수준급의 게이샤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자이 현의 아리산, 해발고도 1,400m에 위치한 징롱은 2021년에 설립된 비교적 신생 농장입니다


이 농장의 주인인 Yeng-Chang Su(Tony)는 우롱 티 등을 재배하는 차 농장주의 가문 출신으로 가족이 

운영하는 차 가공 시설 옆에 카페를 열면서 농장 한 켠에서 게이샤를 비롯한 커피들을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커피를 한국에 들여온 블랙 로드(커핑 포스트)에서 올해 1월 제작한 징롱 농장의 다큐멘터리를 보며, 

이 의미 있는 아시아의 커피를 언제쯤 경험해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같은 년도인 올해 9월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40g의 매우 적은 양)


영상에 나온 징롱 농장의 매우 인상 적이었던 부분은 대개 커피 재배에 이용되는 그늘의 역할을 하는 쉐이드 

트리가 없다는 부분이었고, 쉐이드 트리의 역할을 마치 해무에 가까울 만큼 희뿌연 안개(고지대의 운무 현상)가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차를 재배하기 위해선 높은 고도, 큰 일교차가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대대로 우롱차를 재배하던 징롱 농장은 좋은 게이샤를 재배할 수 있는 환경적 이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산발적인 폭우와 평균적인 아라비카 품종의 재배 환경보다 높은 평균 온도 등은 좋은 게이샤 커피가 자라는데 나쁜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토니(농장주)는 각고의 노력과 차를 재배하던 노하우 등을 접목하여 좋은 품질의 커피를 길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파나마에서 들여온 게이샤를 대만에 심은 뒤, 그 나무에서 열린 커피를 다시 농장에 심기도 하고 그래프팅 

테크닉을 통해 커피를 재배하기도 하는 등 매우 열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23년도 타이완 COE에서 게이샤 내추럴 커피로 4위, 24년도 타이완 COE 1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1년부터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한 농장에서 거둔 결과 치고는 상당한 성과물이자 검증이었습니다

집안 대대로 우롱차를 재배해 왔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인 커피라는 작물은  대단히 도전적인 미션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조건으로 본인의 커피를 증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덕분에 대만, 아리산에서도 충분히 좋은 커피가 재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족들에게, 그리고 전 세계 스페셜티 커피 신(Scene)에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부분은 커피에서도 우롱차의 뉘앙스가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우롱차를 재배 중인 구획과 커피를 재배하는 구획이 거의 붙어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는데 이 가설에 대한 흥미로운 답변을 징롱 농장이 나온 다큐멘터리에서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과학적으로 검증된 정확한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토니의 의견은 대만의 전체적인 떼루아(토양 성질 등)가 우롱차가 살기 좋은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식물에서 발현되는 향미 성분에도 우롱차와 비슷한 뉘앙스가 나타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커피 생육의 관점으로만 본다면 향미 성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건에는 우선 고도와 일조량, 강수량, 토양 성분 등이 있는데 대만의 고도와 토양 성분이 전체적으로 일정하다는 가정 하에 토니가 주장하는 우롱 티의 향미를 주관하는 특정한 성분이 발현될 수 있다는 가설은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또 다른 생산자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대만 게이샤의 생산량 자체가 현재 그렇게 많지는 않기 때문에 형성되어 있는 가격대 자체가 높아 접근성이 쉽지 않은 게 현시점의 이야기인데 


이러한 부분들이 차후에 개선된다면 (많은 수요로 인한 생산량 증가) 아시아에서도 중남미권에 대적할 만한

좋은 퀄리티의 게이샤 커피가 생산된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히 큰 의미가 될 것입니다


물론 대만의 스페셜티 커피 내수 시장 또한 대한민국 못지않게 열정적이기 때문에 굳이 수요에 맞춘 가격적인 타협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퀄리티 높은 아시아의 게이샤 커피는 또 다른 포지션, 밸류를 만들어내기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사실 저는 블랙 로드 성수에서 처음 이 커피를 소개한다고 했을 때, 높은 가격과 희소성에 포커싱이 맞춰져 있는 듯한 안내 문구에 아, 경험으로 소비해야 하는 커피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직접 이 커피를 추출하고 다루면서 느낀 부분은 대만 게이샤가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 너무나도 분명히 있다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일반적인 게이샤 워시드, 내추럴에서 느껴지는 편안한 감도와 더불어 왠지 모를 신비함이 함께 공존합니다 

단순히 아시아에서 생산된 게이샤에 대한 낯섦이라고 여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Dry/Wet Aroma에서 공통적으로 이국적인 (Exotic) 캐릭터가 느껴집니다

마치 동양적인 사원에서 느껴질 법한 느낌과 필자가 이따금씩 명상할 때 사용하는 팔로산토의 잔향 같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베이스 노트가 여태껏 경험해 온 타 산지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인식했고 

예상치보다도 더욱 특별한 결과였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케냐 워시드 같기도 합니다

드라이 아로마에서 건조된 토마토의 향이 문득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밝은 과일 톤, 이를테면 자몽의 상큼함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출 직후, 높은 온도에서 자스민과 시더 우드, 팔로산토의 향미를 복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으며

이어서 앞서 언급한 자몽, 정확하게는 자몽 티의 밀도 있는 산미와 드라이 토마토의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허니 내추럴 프로세싱을 거친 커피임에도 마치 워시드 커피가 연상되는 특유의 프레시한 캐릭터를 느낄 수 

있었다는 부분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최근에 다룬 게이샤 품종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빈의 사이즈도 컸지만 상대적으로 Density가 높은 것 같진 않았습니다 (디개싱 기간 약 7일) 분쇄한 입자의 입도 분포도 평균보다는 고르지 못했고, 설정한 분쇄도에 비해 조금 더 큰 입자로 그라인딩 되었기 때문에 추출을 조금 더 용이하게 가져가기 위해 추출 수의 온도는 평소보다 높은 100 ℃로 맞추었습니다 (분쇄도를 조절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커피가 40g밖에 없어서 칼리브레이션에는 제한이 있었습니다)


추출 세팅을 맞추고 나니 이 컵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캐릭터들을 대부분 추출해 내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지만 특이하게도 수치적인 데이터에서는 예상외의 데이터를 확인했습니다


평소 추출 레시피 대로라면 대부분의 라이트 로스팅 커피들은 수치적으로 ideal 한 구간에 걸리게 되는데 이 

커피의 경우 평균보다 높은 추출수 온도를 사용했음에도 상대적으로 꽤나 낮은 수치인 TDS 1.14 / EY 18.24라는 결과 값이 도출되었습니다


물론 기기를 사용한 측정 오차는 너무나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기 때문에 단순히 이번 결과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관능적인 결과와는 다소 상반되었기 때문에 한동안 많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관능적인 평가 과정에서는 결코 이 정도 수치라는 예상을 할 수 없었고, 심지어는 우롱차의 노트와  높은 수율에서 느낄 수 있는 티라이크한 경향을 너무나도 명확하게 느꼈기 때문에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만, 아시아의 클래식한 게이샤는 저에게도 매우 생소하게 다가오는 커피였습니다

마치 이민을 떠난 오랜 친구를 십여 년 만에 여행지에서 마주친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분명 아는 얼굴이지만 달라지다 못해 특별하기까지 합니다

아시아의 게이샤 커피,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경험해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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