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나의 기억 속에 아빠는 좋은 아빠는 아니었다.
알코올 중독, 심각한 가정폭력, '무책임한 가장' 올해(24년) 연락하기 전까지 아빠에 대한 나의 기억이다.
당연히 아빠에 대한 안 좋은 기억으로 자연스럽게 연락을 끊게 되었고, 아빠로 인해 친인척
관계도 많이 틀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을 어렸을 때부터 아니까 쉽게 더 연락을 못하고 지내게 된 것 같다.
이렇게 미성숙하고 불안정한 상태로 나는 성인이 되었고 올해 3월까지도 아빠와 연락을 안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번호를 아무리 바꾸고 안 보고 살았는데도 서로 닿는 연이 있다 보니 아빠한테 메시지가 와 있었다.
"너희가 어렸을 때 아빠가 많이 잘못했다","잘 살고 싶었는데 그게 안돼서 술에 의존했다"등
장문의 메시지도 와 있었고 전화 통화도 하고 싶다 해서 길게는 아니었지만 1~2분씩 몇 번 통화도 한 것 같다.
당연히 몇십 년 동안 쌓여있는 감정이 쉽게 용서가 되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잘못했다는 말이
들어 보고 싶었던 말이라서 조금은 마음이 풀려서 연락이 올 때마다
거절은 많이 했지만 어떻게 지내는지 메시지로는 계속 나한테 보내왔고,
많이 바뀌는 모습을 보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다"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찌어찌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 2주 전이었나? 아빠한테 메시지가 와 있었는데
할머니가 할아버지 산소에 가고 싶은데 "한진이가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고 메시지가 와 있었다.
간간이 할머니한테 연락드리긴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뵙지만 못해서 할머니 잘 계시구나 생각했는데,
아빠가 말씀하기로는 이제는 "사람을 잘 기억 못 하신다"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먹었다.
어렸을 때 나에게는 산처럼 크고 멋졌던 할머니가 이제는 노쇠해지셔서 이 정도 상태인 줄을 정말로 몰랐다.
그래서 할머니를 위해 장롱면허지만 2주 전 아빠 차를 끌고 춘천>인제까지 어찌어찌
운전을 해서 할아버지 산소까지 무사히 도착했고,
오랜만에 벌초도 깔끔하게 하고 할아버지한테 인사도 드리면서 뜻깊은 시간도 보냈다.
할머니가 "한진이 운전으로 밥 벌이해도 되겠네"
하시면서 칭찬도 해주시니 운전에 대한 자신감도 붙고 좋았다.
할아버지 산소를 다녀온 이후로 시간 날 때마다 할머니를 계속 찾아뵙고 있다.
할머니 찾아뵐 때마다 내가 누구인지는 잘 기억 못 하시지만 그래도 뵐 때마다
"할머니 손주 한진이 왔어요" 하면 다시 기억하시고 반겨 주시는 모습에 감사드리고,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로만 안부를 묻고 찾아뵙지 않았던 나의 잘못된 모습을 반성하고
할머니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앞으로 아빠와의 관계도 점차 더 회복될 거라 생각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6OoSRLfEP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