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직 오전이긴 한데 기온은 벌써 30도를 넘어갔다. 조금만 걸어도 따가운 햇살 때문에 이마에는 땀이 송글 송글, 목주위는 따끔 한 햇살이 할퀴듯 날름거리며 어루만지는 듯하다.
더위에 물먹은 스펀지처럼 몸이 축 늘어져서 벌써 지쳐버렸는데 여전히 시작도 안 한 하루가 길게 남아있다는 생각에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졌다.
오랜만에 김천 거래처를 들러야 하는 날.
'그래도 한 낮보다는 지금이 낫지 않을까' 싶었지만, 막상 오전 시간이라고 해도 별반 나을 것도 없었다.
오랜만에 방문이라 담당자와 간단한 업무 이야기 외에도 날씨 이야기와 근황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그녀도 요가를 한다는 생각이 나서 요즘도 꾸준히 수련하지는 묻게 되었다
"그럼요, 가끔 지겹긴 해도 요가만 한 게 없어요"
"플라잉요가나 필라테스로 바꿔보지 그랬어요? 가끔은 다른 운동도 재밌을 것 같던데"
"필라테스도 해봤고, 플라잉도 해봤어요, 필라테스는 기구 쓰는 재미가 있긴 하던데 꾸준히 하기는 어렵더라고요. 플라잉은 하다가 다쳐서 얼마 하지도 못 했어요. 플라잉은 내 몸의 무게를 온전히 제어하지 못하면 근육에 무리 가는 동작이 많아서 부상이 잦아요."
그러고 보니 동생이 플라잉 요가에 한참 재미에 푹 빠져서 가끔 만날 때마다 플라잉 예찬을 하던 말이 생각이 났다. 동생도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근육 파열과 인대가 늘어나서 지금은 쉬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플라잉 요가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지 치료를 받으면서 플라잉을 더 잘하기 위해 힘을 길러야 겠다는 생각에 웨이트를 하는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가를 오래 하다 보니 가끔 지겨울 때도 있는데, 그래도 요가만 하 게 없어요"
"일 끝나고 나면 오늘은 지친다, 힘들어서 하루 쉴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결국 요가 수업을 갔다 오면 에너지가 충전돼서 나오잖아요,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하하, 그런 운동이 어딨 어요"
"맞아요, 그 말이 딱 맞네요 저도 하루 쉬고 싶다가도 수업을 갔다 오면 개운한 느낌도 들고 하루 마무리가 제대로 되어 간다라는 충만감도 들어서 좋더라고요"
오랜만에 만남과 짧은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시간은 어느덧 정오를 향해 달리고 태양은 머리 꼭대기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잠깐 세워둔 차 안은 계란을 삶아도 될 만큼 후끈 달아올라 있다. 에어컨을 최대로 돌려도 한참을 찜통 같은 차 안은 어쩔 수가 없다.
하루의 시간은 여전히 한 참을 남겨두고 있다. 나의 에너지는 급속도로 방전되어 갈 것이다.퇴근 무렵이면 오늘은 요가를 하루 쉬고 어디 시원한 곳에 가서 얼얼한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싶을 것이 분명하다. 아니 지금이라도 나무그늘을 찾아 계곡에 발을 담그러 사무실이 아닌 먼 곳으로 달아나고 싶을 정도이다.
그러나 어른이니까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걸 어쩌겠는가.
에너지가 빠져나간 퇴근 후면 나는 물먹은 빨래처럼 축 쳐져 있겠지.
시원한 에어컨 아래 시원한 맥주 한잔이 나를 유혹하겠지만 오늘도 요가!
빈 에너지를 충만하게 할 나의 루틴 남자 운동 요가를 하러 갈 거지? 라며 스스로에게 조심스러운 질문이자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