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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북극 Oct 30. 2024

고요한 밤이었어요


고요한 밤이었어요


가을의 전령들도 지쳐 잠든 깜깜한 밤이었었요


짙은 어둠이 장막처럼 드리워져


손으로도 만져질 만큼 밀도 있는 어둠이 거기 있었어요


밀어내려 손을 뻗으면


스르륵 물러나는 듯 하다가


뻗은 손을 사라락 감쌌는지 어둠속에 손이 보이지 않았어요


보이지 않는 것은 


눈을 감아서 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눈을 감는 것과 뜨는 것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어둠속에서는 모든게 사라져요


뻗었던 나의 손도


가을의 전령들도 


가끔 도로위를 달리며 아스팔트를 가르는 타이어 소리도


두꺼운 장막속에 덮여 사라져요


가끔 거기 내가 존재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어요


어둠속에 사라진 손을 회수해서 얼굴을 만져 보지만


생경한 감각이 나의 그림자인지 차가운 어둠의 장막인지 구별 되지 않았어요


소리를 내려 했지만 바싹 마른 목에서는 


오래된 창고의 문짝이 삐걱되는 소리처럼


텅 빈 공간을 비집고 나와 먼지가 흩어지듯 사라졌어요


나의 존재라는 것도 그렇게 희미하게 조금씩 엷어져서 


어둠속에 동화 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어요


그러고 보면 나는 언제부터 이 어둠속에 있었던 것일까


궁금해졌어요


고요한 밤이었어요 라고 생각을 했을때


난 거기 있었던 것일까요


짙은 장막의 어둠속에서 나라는 것을 인지 할 만한 것은 어떤 것도 없었어요


인지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존재 할 수 있는 것인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할 수록


모든게 희미해져 머릿속도 어둠처럼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 어둠 그 자체처럼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모호한 경계 근처에 서성이던 희미한 나라는 존재는


그렇게 꺼져가는 촛불처럼 작아져서는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 만 같았어요




그렇게 


고요한 밤은 알 수 없는 시간


알길 없는 장소에서 


고요하게 모든것을 삼키고 


존재의 흔적을 지우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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