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의 북극 Dec 16. 2024

지게체 손택수/시낭송 북극의 봄날


시 읽기 좋은 날입니다

하늘은 맑고 햇볕은 투명한데

맑게 울리는 풍경소리에 쨍 하니 마음을 일깨웁니다.


가을은 어느새 저물어가고 겨울이 성큼 다가와 한 해의 끝자락을 재촉하는 듯한

요즘,

마음 한편이 어수선 하던 차에

울려 퍼진 쨍한 풍경소리가 제 마음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그 여운을 따라 시 한편을 낭송해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음성 파일은 브런치에 업로드할 수 없어 영상으로 대신 준비했습니다.

회사 앞 삭막한 풍경속에는 태극기만이 나부끼고

차 안에서 촬영된 거친 음질이 조금 부끄럽지만,

시 낭독만큼은 정성을 다해 담았습니다.

부족한 영상이지만, 마음을 담은 시의 울림이 따뜻하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준비한 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지게體

   손택수


부산진 시장에서 화물전표 글씨는 아버지 전담이었다

초등학교 중퇴를 한 아버지가 시장에서 대접을 받은 건

순전히 필체 하나 때문이었다

전국 시장에 너거 아부지 글씨 안 간 데가 없을끼다 아마

지게 쥐던 손으로 우찌 그리 비단 같은 글씨가 나왔겠노

왕희지 저리 가라, 궁체도 민체도 아이고 그기

진시장 지게체 아이가

숙부님 말로는 학교에 간 동생들을 기다리며

집안 살림 틈틈이 펜글씨 독본을 연습했다고 한다

그 글씨체를 물려주고 싶으셨던지 어린 손을 쥐고

자꾸만 삐뚤어지는 글씨에 가만히 호흡을 실어주던 손

손바닥의 못이 따끔거려서 일찌감치 악필을 선언하고 말았지만

일당벌이 지게를 지시던 당신처럼 나도

펜을 쥐고 일용할 양식을 찾는다

모이를 쪼는 비둘기 부리처럼 펜 끝을 콕콕거린다

비록 물려받지는 못했으나 획을 함께 긋던 숨결이 들릴 것도 같다

이제는 지상에 없는 지게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