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如
오전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어머니 전화가 와 있었다. 곧장 회신 전화를 드리니 오늘 집에 오느냐고 물으신다. 어머니는 오늘을 토요일로 알고 계셨던 것이다. 몇 년 전 치매 진단을 받으신 어머니의 일상이다. 어머니의 시간과 나의 시간은 따로 간다. 시간의 상대성이 이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끔은 휴대폰을 보다 알아차리실 때도 있고, 매일 어머니한테 들르는 형님이 가르쳐 줘서 알기도 하신다. 그러나 앞으로는 더 자주 더 깊게 시간을 잃어버리실 것 같다. 흐르는 시간을 어머니가 확인하지 않으셔도 되면 좋겠다. 하지만 24시간 함께할 날을 만들지 못하는 현실은 내 가슴 속 뜨거운 눈물이다. 이미 공수표 발행한지 오래다. 어머니와 나 사이 존재하는 상대적 시간을 제거할 수는 있을까? 자식의 부모에 대한 사랑의 한계다. 떠오르는 어머니 얼굴은 놓친 버스를 바라보며 내뱉는 탄식과 서러움이다.
* 스무 살에 집을 떠나 나만의 삶을 시작했다. 4남매 중 막둥이라서 그런지 어머니한테 나는 특별한 존재이다. 몇 해 전 아버지께서 세상을 뜨신 후 어머니의 외로움은 더 커지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남매와 함께하는 내 울타리를 벗어나 어머니를 찾아뵙기란 여의치 않다. 하루하루 후회를 쌓고 있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