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아들 이야기
우리 아들은 키가 작다.
초등3학년 남학생 평균키가 139센티라고 하는데 우리 아들은 현재 116센티, 무려 23센티가 차이가 난다.
밖에 나가서 보면 아들키는 7살 8살 정도 아이들하고 비슷해 보인다.
엄마 아빠 다 키가 작아 유전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다가도 또래보다 머리하나는 더 차이나는 아들의 키를 볼 때마다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입이 짧아서 밥도 잘 안 먹고, 영양제는 맛없다고 먹지도 않고, 매일 12시가 넘어야 잠자리에 드는 아이였다.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라면, 햄버거, 치킨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간식은 마이쭈나 젤리라고 대답할 정도로 단 걸 좋아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키가 클려고 해도 클 수가 없는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런 아들이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 엄마로서 사실 내심 너무 걱정이 되었다.
아들이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그 학교는 20명 남짓의 학생들만 있어서 아들이 키가 작다고 놀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아들이 축구학원에 가서 축구를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아들이 그동안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작다고 놀림을 당하거나 왕따 당할까 봐 그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아들한테 한 학년 어린반에 가서 축구수업을 들을래라고 묻기도 했다. ^^;
하지만 아들은 또래반을 가겠다고 했고 너무나 감사하게 2년이 넘게 지금까지 축구학원을 너무 잘 다니고 있다.
언젠가 한번 축구학원에 아들 축구하는 거 구경 간 적이 있다.
역시나 우리 아들이 또래들보다 머리하나는 차이가 날 정도로 제일 작더라.
그리고 덩치 큰 친구들이 한번 밀치면 훅~ 날아가기도 했다.
우리 아들이 골키퍼를 할 순번이었는데 골대 앞에 서서 날아오는 공에 맞을까 공 잡기는커녕 도망을 가더라.
그런데.. 키는 제일 작아도 목소리 우렁찬 건 우리 아들이 최고였다.
축구가 끝나고 아들한테 물었다.
"행복아 친구들이 밀치거나 하면 기분이 어때? 친구들이랑 몸싸움하는 거 괜찮아?"
아들이 대답하길
"엄마, 축구는 몸으로만 하는 게 아니야. 나는 덩치는 작지만 발이 빨라서 다른 친구들이 못하는 걸 할 수 있어"
그러면서 학원에서 배운 발기술을 보여주었다.
키가 작아서 놀림당하면 어쩌지 하는 나의 걱정은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행복이는 비록 덩치는 작은 약점이 있지만 그 약점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덩치가 작아서 발이 빠른 장점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근데 엄마인 나는 아들의 장점이 아니라 키가 작다는 단점만을 보고 있었던 거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나의 장점이 정말 많은데 나 또한 내가 못하는 것, 나의 단점에 집중해서 나의 귀한 시간을 허비하면서 살지 않았나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아들이 키가 작음에도 쫄지 않고 당당하게 또래들과 축구를 하는 그 모습이 이제는 너무 멋지다.
그런 아들을 보며 배우고 또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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