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의 시작

내가 템플스테이에 가는 이유

by 리미

나는 불교 신자도 아니고 이전까지는 절이나 템플스테이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보니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게 무엇인지 찾고 싶어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이 나이에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암묵 속에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른 채 살아온 것 같다. 모두가 한 방향을 보며 달려가는 사회에서 혼자 다른 곳으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고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한 나는 그냥 그렇게 물 흐르듯 살아왔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교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성적에 맞춰 들어간 학과에서 난 큰 흥미를 갖지 못했다. 학과를 이곳저곳 옮겨 다니다 결국 복수전공을 하며 미래의 나에게 문제를 떠넘겨버렸다. 이렇게 졸업을 하고 나니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몰랐었다. 이때까지도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해보지 못했고 그냥 다들 하는 것처럼 회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취업은 쉽지 않았고 일단 회사라는 곳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첫 번째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 들어간 회사는 모든 게 신기했다. 하지만 내 전공과는 전혀 다른 분야였고, 이 길로 계속 가기는 힘들 것 같아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되었다.


두 번째 회사생활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처음이어서 신기했던 회사 시스템도 이제는 별 감흥이 없어졌다. 업무는 매일매일이 똑같았고, 아침에 눈뜨면 출근, 퇴근 후에는 취침, 이렇게 쳇바퀴 같은 삶을 앞으로 살아가야 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다. 그제야 내가 뭘 해보고 싶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러려면 대학원을 가야 했다. 회사를 다니며 대학원 원서를 넣었고, 입학시기에 맞춰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세 번째로 거처를 옮겨 대학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대학원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은 터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 좋은 분들을 만나 무사히 2년간의 대학원 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별문제 없이 졸업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 시기에는 약간의 취미생활도 시작하게 되었고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네 번째 회사는 내가 원하던 업무와는 맞지 않았지만, 아무 경력이 없던 나는 갈 곳이 없었다. 대학원 졸업을 했으니 그래도 내가 해보고 싶은 업무를 한 번쯤은 해봐야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에 끊임없이 원서를 넣었다. 회사생활과 동시에 나는 사이버대학에도 다니기 시작했다. 퇴근 후 스터디 카페에서 원서 작성, 사이버대 수업을 듣고, 그 후에는 운동을 하고 집에 들어오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결국 또 쳇바퀴 같은 삶이 시작되었다.


다섯 번째 회사에서는 내가 원하던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4곳을 거쳐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미 나는 지칠 대로 지쳤고, 어딜 가나 비슷한 삶을 보며 나도 결국은 쳇바퀴 속에서 살아야 하나 싶었다. 이 업무도 결국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그저 골랐을 뿐 내가 원하는 삶의 형태는 아니었다.




맛있는 걸 먹어도, 좋은 곳을 가도 그저 그때일 뿐 쳇바퀴에 갇힌 느낌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템플스테이에 가서 조용히 생각정리를 하고 오면 한동안은 버틸 힘이 생기곤 한다.


나는 아직도 방황 중에 있다.

발걸음은 계속 움직이지만 어디로 향하는지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걷는다.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