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사 템플스테이
구룡사는 치악산 국립공원에 위치하고 있는 사찰로 신라 문무왕 때 의상이 창건해 그 역사가 오래된 곳이다.
구룡사 앞 주차장에 도착하니 그 세월을 함께한 거대한 은행나무가 나를 맞아주었다.
방사배정을 받고 저녁공양까지는 자유시간이었다.
사찰에 올라오면서 본 카페 겸 전망대에 잠깐 다녀오기로 했다.
몇 년 전 치악산에 방문했을 때는 없었던 곳인데 이제는 치악산을 바라보며 여유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저녁 공양 이후에는 범종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예불 전 범종을 치는데 저녁 시간에는 33번을 친다고 한다.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범종을 쳤고 스님의 마무리로 체험은 끝이 났다.
지금까지 템플스테이에서 한 차담에서는 주로 스님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 구룡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그저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교 신자가 아니어서 절과 스님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고 그중 한 참가자가 스님의 삶에 대해 질문했다. 천주교에서는 은퇴 후 쉴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절에도 그런 시스템이 있냐고 말이다.
스님은 절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어 노후에 먹고살기 위해서는 적당히 속세의 것도 챙겨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속세를 떠나 왔지만 결국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예전만큼 스님이 되려는 사람도 많지 않아 주지스님의 고민이 크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평화로워 보이는 절에서도 걱정이 없을 수는 없나 보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렇게 질문을 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질문에 스님은 팔정도를 말씀해 주셨다.
템플스테이 방에 붙어있는 이름들이 팔정도인데 깨달음과 해탈로 가는 8가지 방법이라고 한다.
1. 정견(正見, Right View) : 바르게 보기
2. 정사유(正思惟, Right Thought) : 바르게 생각하기
3. 정어(正語, Right Speech) : 바르게 말하기
4. 정업(正業, Right Action) : 바르게 행동하기
5. 정명(正命, Right Livelihood) : 바르게 생활하기
6. 정정진(正精進, Right Effort) : 올바른 노력
7. 정념(正念, Right Mindfulness) : 올바른 알아차림
8. 정정(正定, Right Concentration) : 올바른 집중
한마디로 바른 마음가짐, 말과 행동으로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는 방법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본인의 현재 상황에 집중해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살아가기는 참 힘든 것 같다. 당장 TV만 켜도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템플스테이 둘째 날은 108배를 제외하고는 일정이 없었다. 치악산은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주변을 산책하기도 좋은 곳이었다. 황장목 숲길을 따라 세렴폭포까지 산책을 하고 구룡사 맞은편에 있는 전나무 숲길도 다녀왔다.
마지막으로 사찰을 둘러보았다. 탑 주변에 걸려있는 알록달록한 소원등이 내 눈길을 끌었다. 사람들이 소원을 적고 비는 건 마음 한편의 걱정과 불안을 달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늘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 마음이 기준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대신, 나만의 기준을 세워둔다면 무거운 걱정들이 줄어들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한 걸음씩 해 나가다 보면 마음이 서서히 단단해지고 걱정도 줄어들지 않을까. 그 첫걸음으로 나를 무겁게 만드는 걱정들을 소원등에 걸어두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산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