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명주사 템플스테이

by 리미

명주사는 처음 예약 때부터 특이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절이었다.


일반적으로 템플스테이에서는 108배, 예불이 있고 몇몇 절에서는 연등 만들기를 하는데 명주사에서는 목판화 티셔츠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절에서 목판화 체험을 한다는 것이 신기해 바로 명주사로 결정했다.


절에 가는 길부터 도착까지, 절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명주사는 다른 곳과는 많이 달랐다. 민가와 옥수수밭을 지나 올라가야 했다. 투박한 글씨로 써 놓은 안내판이 없었다면 이곳에 절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산길을 올라 도착한 절은 한눈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을 만큼 아담했다. 보통 절에 가면 예불을 드리는 곳이 여러 개 있지만 여기는 법당이 딱 1개 있었다. 절에 있어야 할 필수 요소만 갖추어 놓은 곳이었다. 대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던 박물관과 도서관이 있었다.


참가자들이 모두 모인 뒤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다. 먼저 숙소 옆 판화학교에서 목판화 티셔츠를 만들었는데 방법은 간단했다. 원하는 문양을 고르고 특수 잉크를 묻힌 뒤 티셔츠 위에 꾹 눌러주기만 하면 되었다. 간단한 문양에도 나름에 의미가 있는데 물고기는 다산을, 까치와 호랑이가 있는 호작도는 액을 쫓고 복을 부른다는 의미가 있다. 이렇게 만든 티셔츠는 템플스테이를 하는 이틀 동안 입고 다녔고, 또 좋은 기념품이 되어주었다.


티를 만든 후에는 스님과 함께 절을 둘러보았다. 스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었다. 명주사의 주지스님, 고판화 박물관 관장, 지역명사로 활동하고 계셨다. 원래 미대생이었던 스님은 직접 불상도 조각하셨다고 한다.


고판화 박물관도 둘러보며 판화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판화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는 목소리에서 열정이 느껴졌다. 불교 용어를 잘 모르는 나는 그 설명을 전부 알아듣기 힘들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도 혼자 관람을 했다면 몰랐을 내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시간이었다. 수집한 목판화는 다 전시할 수 없을 만큼 양이 많았고, 개인이 그만큼 수집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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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공양 이후 차담시간에는 판화를 구하기 위한 스님의 여정을 들을 수 있었다. 판화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있었다. 박물관에 있는 흑백, 컬러 목판화의 목판을 구하기 위해 한참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렇게 구매한 목판은 박물관 중앙에 위치해 있었는데 사람이 조각한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했다. 스님이 왜 그토록 찾아다녔는지 알 것만 같았다. 판화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있고 그래서 더 판화에 애정이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스님은 지금도 중국을 왔다 갔다 하며 목판화 구매한다고 한다. 아직도 열정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저렇게 열정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 본 적이 있나 생각해 보았다. 나는 학생 때부터 나는 의욕을 가지고 한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도 없었다. 그저 성적에 맞춰 학과를 골랐고 모두가 가는 길을 따라갔을 뿐이었다. 졸업 후에는 여기저기 옮기며 일을 했지만 내 의욕을 불러일으킬만한 일은 없었다. 매일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이 나는 너무 지겹고 힘들 뿐이었다. 내가 스스로 움직일 나의 원동력을 찾는다면 반복되는 일상이 조금은 재밌어지지 않을까?


다른 절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이 판화를 보기 위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꽤 있었다. 사람들이 올 때마다 판화 이야기를 할 텐데도 스님의 목소리에는 판화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일반 절과는 다른 모습 때문에 처음 절을 세울 때 힘든 점이 많았던 것 같았지만, 스님이 원하는 바가 있었기에 지금의 명주사를 내가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해도 꿋꿋이 내 길을 갈 수 있는 그런 일을 언젠가 할 수 있을까? 나도 언젠가는 스님처럼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열의를 가지고 싶다. 여름이었음에도 산에서는 해가 빨리 졌고, 별다른 할 일이 없던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


둘째 날 아침, 전날 봐 둔 명상 숲길을 걷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절은 고요했고 새소리만이 산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간밤에 내린 비와 우거진 숲 덕분에 날씨는 서늘했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약 1시간의 산책을 마쳤다.


이제 고판화 도서관에서 마지막 공양 시간이 되었다. 아침 공양은 도서관에서 진행되었는데, 이곳 창가 앞은 탁 트인 공터와 법당, 박물관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내가 명주사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곳이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박물관을 둘러보고 짐을 챙겨 나왔다. 명주사는 특이한 곳이 아닌 스님의 열정이 가득했던 특별한 곳이었다. 어딘가의 부품으로 움직이는 내가 아닌, 내가 나를 움직이게 할 그런 원동력을 나도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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