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사 템플스테이
삼화사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는 무릉계곡을 따라 등산을 했었다. 하지만 목적지까지 가던 도중 비가 내려 다음번을 기약하며 중간에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지명에서부터 느껴지듯 신선이 놀고 간 무릉도원과 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언젠가는 다시 한번 와야겠다 생각했다.
이번 템플스테이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무릉계곡이 생각나서 삼화사로 결정했다.
몇 주 전 예약을 해 놓고 일주일 전부터는 매일 날씨를 확인했다. 어느 날은 흐림, 또 다른 비, 날씨는 확인할 때마다 맑음은 없었다. 이러다 비 오는 날 삼화사에 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날은 계속 흐렸고 결국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아무 일정이 없는 휴식형을 신청했음에도 이번 템플스테이에서는 108배와 명상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108배는 해 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비도 오고 딱히 할 일이 없어 한 번 해 보기로 했다. 음성에 맞추어 절을 하고 염주를 꿰는 일을 108번 해야 했는데 그 문구들이 인상 깊었다.
"삶에서 겪는 수많은 사건과 두려움은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을 알기에 절합니다."
"절 하면서 느껴지는 충만하고 풍요로운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절합니다"
이런 문구들을 들으며 절을 했는데 너무 살아가기에 바빠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하고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너무 당연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가 내려 서늘한 날씨였지만 108배를 하고 나니 땀방울이 하나둘 마음을 적셨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저녁 공양 후 명상 시간이 있었다. 명상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지만 어떻게 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나는 이 시간이 꽤 기대되었다. 삼화사에서 한 명상은 바디스캔이었다. 편안하게 누워 호흡을 하며 음성에 맞춰 몸의 각 부위에 집중을 해나갔다.
발끝부터 손끝까지 느껴지는 미세한 감각 하나하나를 느껴나가다 보니 긴장이 서서히 풀려나갔다. 여기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더해져 마음이 차분해졌다.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들을 잠시 멈출 수 있었다. 온전히 이 순간에만 집중하니 고요해졌고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명상이 끝난 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방으로 돌아왔다. 절의 취침시간은 오후 9시로 평상시보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명상의 효과인지 금방 잠에 들 수 있었다. 창 밖으로는 빗소리와 계곡의 물소리가 자장가처럼 내 귀에 들려왔다.
둘째 날 아침 일정은 새벽 4시에 시작되었다. 약 30분간 차를 타고 촛대바위 해돋이를 보기 위해 추암해변으로 향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탓에 해돋이는 보지 못했지만 고요한 새벽 바다를 보며 산책할 수 있었다. 항상 반복되는 일상 속 이렇게 평온한 느낌을 받은 게 얼마만인가 싶었다.
퇴실 전 마지막 일정으로 스님과의 차담 시간이 있었다. 삼화사에는 공용공간인 차실이 있었는데 이곳 창문으로 바라보는 두타산의 경치가 정말 좋았다. 특히 내가 간 날에는 산 정상에 구름이 걸려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스님은 직접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 주셨다. 직접 원두를 갈고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 그 과정이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처럼 느껴졌기 때문일까. 급히 마시던 커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진한 맛이 한 모금 한 모금마다 고스란히 전해졌다.
늘 바쁜 일상 속에서 나는 멈추는 법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항상 머릿속은 해야 할 일로 가득 차 있었고 쫓기듯 생활을 해 왔지만 이틀간 템플스테이를 통해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숨을 고르며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창밖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오히려 마음을 더 가라앉혔고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흐린 날씨였지만 그 속의 고요함 덕분에 내 마음은 오히려 더 맑아졌다.
내 마음을 알 듯 산을 내려오는 길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며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