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에
새벽인데 전화벨이 울린다.
언뜻 본 발신자 이름이 와이프 같다.
“여보, 지금 몇 시지?”
“아빠, 나야, 첫째”
첫째였다.
“어,,,, 그래, 무슨 일 있니?”
“아니, 그냥 전화했어. 아빠 자고 있었어?
첫째의 목소리는 미세한 떨림이 있었고 약간 잠겨 있었다.
어제 늦게 잔 탓에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이렇게 이른 시각에 전화를 한다는 건 이유가 있다는 걸 직감으로 안다.
“음,, 아침은 먹고?”
“응, 이제 준비하고 학교 가야지”
“그래. 날씨는 어때?”
“추워,,,, 근데 머리도 아프고 속도 울렁거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몸이 괴로우니 아빠한테 전화를 건 것이다.
아이들이 아프다는 말은 항상 긴장하게 한다.
이번에 첫째는 날씨가 추워지면서부터 감기 기운이 생겼는데 특히 머리가 아프다는 말부터 했다.
벌써 3주간 오르락내리락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너무 움츠려서 그래, 오늘은 목에 스카프도 하고 따듯하게 입고 가. 내가 가까이 있으면 챙겨 주겠지만 멀리 있으니 너 스스로 몸을 보호해야지. 따뜻한 스프라도 아침으로 먹고 점심 거르지 말고. 알았지?”
속사포처럼 말이 이어진다.
첫째는 알았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마무리했다.
몇 시인지 보지도 않고 잠시 누워 있었다.
머리를 떠나지 않는 첫째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몸 상태가 걱정이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고 기온은 떨어지고 있다.
미리 전기장판을 사서 보내주었지만 먹는 음식이나 마시는 것까지는 다 챙겨주지 못했다.
아마존으로 오뚜기 크림수프와 옥수수 차를 보내긴 했어도 턱없이 부족했을 테다.
앞으로 3주를 잘 보내야 한다.
몸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고 1학기 기말시험까지 잘 치러야 한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저런 생각이 잠을 깨웠다.
해가 뜨고 있는지 어둠의 어슴푸레한 그림자가 걷히고 있었지만 여전히 공기는 차가웠다.
따끈한 옥수수 차가 그리웠다.
볶은 옥수수와 보리를 섞어 한 주전자를 불에 올렸다.
물이 끓으며 공기 중으로 옥수수 보리차 향이 가득 메워진다.
큰 애가 옆에 있어서 같이 마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전히 감기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마누라에게 따뜻한 옥수수 보리차를 마시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을이 깊다.
공기가 차가워지는 만큼 따듯한 차 한잔이 더욱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