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짜리
오늘부터 기러기 아빠다.
이번엔 3주 동안 기러기 아빠로 살아야 한다.
“오빠, 잘 갔다 올게.”
목에 매달려 안겨서는 한참을 떨어지지 않는다.
이번엔 작은 아이와 포옹한다.
“엄마 잘 챙기고 건강하게 잘 다녀와라”
“응, 아빠도,”
“줄이 길어졌네, 빨리 들어가고, 둘 다 건강하고, 당신은 팔 움직이는 거 조심하고, 잘 갔다 와”
12시 45분경에 공항 출국심사대로 들어가서 소지품과 전신 스캐너를 통과한 모습을 보며 돌아왔다.
예전에는 몰랐던 감정들이 일어난다.
무감정으로 외국을 드나들며 집에 돌아오고 일상으로 돌아왔던 그때와 지금은 다른 느낌이다.
물론 그때는 내가 출장으로 혼자 나가서 생활했다면 지금은 가족이 나로부터 떠나 있다는 게 다르지만.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생각회로가 정지한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자율주행 기능으로 변경해서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
지가 알아서 차선을 변경하고 속도를 맞추고 막히는 길도 피해 오고 해서 내가 딴생각을 한다고 문제가 되진 않았다.
마누라는 펜실베이니아에서 돌아오자마자 지독한 감기가 걸렸다.
심한 두통이 일더니 목이 잠겨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이것저것 감기약을 일주일 동안 먹고 홍삼과 대추를 하루동안 고아서 달인 물을 일주일 내내 마시게 하고 한국산 배를 사다가 씨가 있는 속을 긁어내고 꿀과 대추를 넣고 찜을 해서 먹게 하고 삼계탕을 해서 체력을 보충하게끔 했다.
어제는 교회도 하루 건너게 해서 최대한 감기를 호전시키려 노력했다.
그리고 오늘 마누라와 작은 아이가 한국으로 여행을 갔다.
감기가 완벽하게 나은 건 아니지만 잠겼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돌아와서 조금은 안심하며 여행을 갈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여러 이유나 목적이 분명히 있다.
처음 분당 장인어른의 요청이 있었고 마누라는 그 외에도 다른 볼일이 생겼고 작은 아이는 여름 내내 공부하며 지친 머리도 식히는 겸 가는 여행이다.
한국에는 반겨주는 시가와 친정이 있고 친구도 있으니 안심할 일이고 더불어 작은 아이도 초등학교 때 미국에서 만났던 친구도 만나자고 약속도 있고 해서 둘의 여행은 바쁠 것만 같다.
집에 도착해 차고로 들어오니 테디가 꼬리 치며 반긴다.
텅 빈 집이라도 개와 고양이가 있어서 그런지 큰 쓸쓸함이 풍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러나 큰 집에서 혼자 3주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혼란스럽다.
사랑의 찬가를 들으며 글을 쓰는 내 모습이 정상일까?
저녁 7시에 회사 미팅이 잡혀있고 1시간은 꼬박 컴퓨터 모니터에 집중해야 한다.
심심하지 않다.
그래도 빨리 3주가 지났으면 좋겠다.
“난 심심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