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가 없다
난 혼자 노는 걸 좋아한다.
어릴 적엔 그랬다.
토요일 이른 아침인데 동물 친구들의 성화에 잠이 깼다.
적막하다.
턴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마이클 부블레의 크리스마스 LP를 틀어 조용한 공기를 채운다.
크리스마스 노래를 들으며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뒷베란다 창가에 고양이 레오가 나지막이 울며 공손히 기다리고 있다.
문을 열고 레오는 들어오며 자기 꼬리로 내 다리를 스윽 비비며 지나가고 테디는 나간다.
“이눔들아, 니들 덕분에 주인이 규칙적이구나”
바깥공기는 가을 아침이라는 듯 차가웠다.
문득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오늘은 뭐 하지?”
혼자 놀아야 하는 주말이 왔다.
토요일은 오롯이 혼자 지내야 한다.
계획을 세워보았다.
뒷마당의 레오가 쉬는 장소에 멀치 (조경용으로 나무를 조각내어 색을 입힌 것)를 깔기로 했다.
대략 다섯 포대를 구매하고 깔아 놓는 일을 점심 전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가볍게 청바지를 입고 얇은 점퍼를 걸치고 바로 출발했다.
가까운 에이스를 목적지로 선택하고 자율주행을 켰다.
멀치가 매장 바깥에 놓여 있는데 대략 세 가지 종류였다.
그런데 비닐포장지에 적힌 경고문을 보고 사는 걸 포기했다.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었고 레오에게 해로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럼 멀치대신 돌이나 자갈을 깔아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너무 무거울 것 같아 사는 걸 포기하고 차를 돌렸다.
티제이 맥스로 가서 프라이팬을 사기로 했다.
어제 생선을 굽는데 새까맣게 태워서 프라이팬 하나를 버렸다.
의외로 주차장은 거의 꽉 차있었고 매장 안에도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처럼 북적였다.
크리스마스용 접시며 소품들이 즐비했다.
여긴 실물 경기가 나빠보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프라이팬을 꼼꼼히 하나 고르고 뚜껑이 있는 크리스털 물병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청바지 왼쪽 앞주머니 쪽에서 따꼼한 느낌이 났다.
물병을 찾아 이곳저곳을 움직이는데 그때마다 따꼼하고 찔리는 느낌이 났다.
손으로 긁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많고 긁으려는 곳이 교묘하게 앞주머니 안쪽이라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물병은 찾지 못하고 있는데 따꼼거리는 횟수가 증가하며 스트레스도 증가했다.
결국 왼손에 쥐고 있던 프라이팬도 내팽개치고 매장을 나와버렸다.
혼자 매장을 돌아다니며 뭘 산다는 게 재미가 없기도 했다.
마누라가 있으면 좋았으련만…….
차를 바로 타고 집으로 곧장 돌아왔다.
따꼼거렸던 청바지를 벗어던지고 샤워를 했다.
입었던 모든 옷과 수건을 모조리 세탁기에 넣고 노멀 모드로 빨래를 돌렸다.
혼자 노는 건 허탕이었다.
청바지가 따꼼거렸던 것 말고도 혼자 쇼핑을 한다는 게 영 재미가 없었다.
“이따 2시쯤 전화나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