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아름다움
캘리포니아의 겨울은 비가 온다.
그래서 언덕과 산이 푸르러진다.
북 캘리포니아에 겨울이 오면 잠드는 나무들이 있는 반면에 새롭게 깨어나 자라는 풀들이 있다.
요즘 날씨는 흐리고 구름이 많다.
어제도 그제도 흐렸고 북부지역엔 돌발성 폭우가 쏟아져 포도밭들이 물에 잠겼다고 한다.
날이 우중충하니 실내에 따듯한 색깔의 백열등을 켜둔다.
카톡 전화가 울린다.
새벽 5시 반이 못된 시간이다.
“어, 둘째구나. 어디야? 호텔?”
“아빠. 여기 병원이야. 엄마랑 같이 할아버지 뵈러 왔는데 할아버지께서 몸에 열이 많고 해서 응급실에 왔어”
이번 와이프의 한국 방문은 아버지의 요청이 있어서였다.
멀리 사는 딸을 그나마 집에 있을 때 보고 싶다는 마음이셨을 거라 생각했다.
와이프는 무리한 여행이었지만 아버지의 소망에 응답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 들었던 소식 때문이었다.
주변을 정리하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드시라는 의사의 권고였다.
이틀 전에 아이들 외할아버지께서 병원에 간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밤에 통증이 심하시다고 병원입원은 싫으시다며 강한 진통제를 처방해 달라고 요청을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은 결국 응급실에 가시게 되었다.
입원 수속을 밟으라고 했단다.
“엄마는 지금 응급실에 들어가 있고 한 명뿐이 못 들어간다고 해서 난 이모랑 응급실 밖에 있어”
“그렇구나, 그래 엄마가 나오면 통화할게. 엄마 위로해 주고, 알았지? “
동녘에 해가 뜨고 햇살은 아름다운 빛깔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오늘은 아침 햇살을 보게 되어 참 다행이다.
“오빠, 나야.”
“얘기 들었어. 입원 수속 중이라고 “
“근데 아빠가 한 달만 더 있다가 가라셔”
“…..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어? “
“잘 모르겠어. 더 있으려니 당신한테 미안하고 떠나려니 아빠가 부탁하고”
이틀 후에 출발해야 하는데….
밖에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동녘의 햇살은 구름 뒤로 가려졌고 비구름 떼로 하늘이 뒤덮였다.
어느새 빗소리가 더 강하게 들린다.
처마에 모여 빗물 받침사이로 흐르는 쫄쫄거리는 물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이번 겨울엔 비가 많이 내리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