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
가을이 하염없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엊그제부터 침대 옆 창가에 빼꼼히 열어둔 창문마저도 탁 닫아버렸습니다.
새벽녁, 싸늘한 찬 바람에 혹여 불청객 감기를 불러올 까 저어하는 마음이 들어서요.
올해도 9월까지 무더위와 싸우며 용케 지나왔네요.
특히 치매로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아버지는 사계절 중 여름이 가장 힘든 시간입니다.
피부에 땀띠가 나도 여름내내 에어컨을 틀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에어컨의 찬바람을 맞으면 버럭 역정을 내시는 통에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창문을 모두 닫아놓은 채 선풍기 바람을 즐기셨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젼 보는 것이 아버지의 유일한 소일거리입니다.
그런 이유로 텔레비젼 리모컨은 안방에서나 거실에서나 아버지의 첫번째 친구입니다.
항상 손 닿는 곳에 리모컨을 두고 계셔야 안심하는 기색이고요.
청각장애에 뇌졸증치매파킨슨병까지 한몸에 갖가지 노인병을 품고 아버지는 보행 보조기에 의지해 걸어다니십니다.
'삐그럭 삑삑'
보행 보조기의 철사나사가 힘에 겨운지 아버지가 걸을 때마다 요란하게 비명을 지릅니다.
혹시 중간 이음새가 헐거워진게 아닌 게 할 정도요.
눈썰미 좋은 남편이 아버지의 보행 보조기를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고장은 아니라고 합니다.
부엌에서 음식준비로 부산스레 손을 놀리면서도 저만치 '삐그럭 삑삑' 아버지의 보행 보조기의 소리는 흘려들을 수 가 없습니다.
콸콸 쏟아지는 개수대 물소리를 단숨에 이겨내고 뚫고 귀에 탁 와서 박히니까요.
올해초만 해도 아버지는 새벽 다섯시든 여섯시든 상관없이 눈만 뜨면 '밥 줘!' 소리를 내지르곤 하셨습니다.
하여 토요일,일요일은 커녕 휴일에도 새벽밥을 부랴부랴 준비해야했고요.
근래에 아버지는 전만큼 시도때도 없이 쏟아내던 밥 재촉을 하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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