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나비

시집『버찌의 스물여섯 번째 도서관』중에서

by 부불리나

라일락 나비




이마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날이에요

바람에 끄덕이느라 목을 삐끗

사거리 코너 오렌지약국 매상이 오르고요

횡단보도 앞 현수막은 펄럭거리다 접혀


O월 O일 23시경

오토바이와 소나타 차량 사고 목격하신 분

연락 주시면 사하겠음


드디어 죄를 씻을 수 있는 날이 왔고요

이런 날엔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서

전깃줄은 팔이 꼬일까 염려하고

신호등은 잎사귀로 다 덮여버리면 어쩌나

신경을 곤두세우지요


건너 편 메타세쿼이아가 휘파람을 불어요

라일락이여,

이리 건너오지 않을래요?


앗싸,

엄마는 함부로 길을 건너지 말라 했지만

누구나 엄마를 배신하며 사랑을 배우니까요


나비 한 마리 금 구두를 신고 내 등을 올라오고 있어요

콧구멍은 거룩하게 열려 있으므로

그냥 지나가지 못할 거예요


저 신발을 훔쳐야겠어요

아,

내 몸에 전등이란 전등은 다 켜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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