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케이크나 과자 같은 게 먹고 싶다고요?
평소엔 재미없던 유튜브나 TV 프로가 너무 재밌다고요?
지금 써야 할 원고 말고 신작을 쓰고 싶다고요?
위와 같은 사항에 다 해당되신다면, 여러분은 마감 증후군에 시달리고 계신 겁니다.
한동안 브런치 스토리에 좀 뜸했다.
그 이유는 마감해야 할 원고가 쌓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모전까지 덤으로 해야 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어버렸다.
지금 마감해야 할 일을 나열해 보기로 하자.
먼저 2권짜리 분량의 단행본 소설의 교정을 봐야 한다. 사실 마음먹고 교정 보려면 하루에도 끝낼 수 있지만, 이미 흥미를 잃어버린 소설의 교정을 보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게다가 소설에 대한 기대감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언제 출간되든 상관없다는 식이다. 경험상 흥미가 없어진 소설은 빠르게 출간할수록 좋고, 외전을 써야 한다면 미리 써놓는 게 좋다. 흥미가 없어지면 교정을 보는 것도, 외전을 쓰는 것도 다 부질없게 느껴지고 일하기 싫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 전, 기존에 썼던 2권 분량 소설의 외전을 썼다. 연재용 소설을 쓸 때는 가급적 외전까지 미리 써두는 게 좋다. 완결 낸 지 몇 달이 지난 후에 외전을 쓰려고 하면 다시 소설을 처음부터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불과 쓴 지 얼마 되지 않은 소설도 주인공과 스토리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작가인 나조차도 처음부터 소설을 봐야 하는데, 이게 참 힘들다. 어찌저찌 외전을 쓰긴 썼지만, 이번에도 독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 같다. 좀 더 공을 들이면 좋았을 텐데 다른 소설에 신경 쓰느라 오래전에 쓴 소설은 늘 뒷전이다.
얼마 전 공모전에 당선된 소설이 하나 있다. 그리고 그 소설의 론칭 날짜가 얼마 안 남았다. 그래서 하루에 적어도 1화씩은 써야 하는 상황. 이 역시도 소설에 흥미를 잃어버리면 이후에 쓰는 게 고역이 되므로 더 늦지 않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디 소설이 완결될 때까지 흥미를 유지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 공모전에 도전하는 소설이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도전해 보지 않았던 장르의 소설이기에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다. 심지어 유튜브로 브금까지 틀어놓고 일에 몰두하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머릿속에 막 영화처럼 화면이 펼쳐지고, 쓰는 동안 엔도르핀이 샘솟는다. 공모전에 당선까지 바라진 않지만, 운이 좋아서 출간만 해도 좋을 것 같다.
다 나열해 보니 참 여러 가지의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어찌 됐든 작가인 내가 현재 처한 상황이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브런치스토리에 통 글을 쓰기가 힘들었다. 만약, 매주에 두 번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게 되면 이것도 일에 추가되고 말 테니까. 그런데 난 애초에 브런치스토리 글은 가벼운 마음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또는 자기반성용으로 시작했었으므로 일에 추가되길 바라지 않는다. 덧붙여 말하면 여기에 쓴 에세이들은 전부 나 자신을 위해 쓴 글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내 글을 작가 지망생들이 보고 무언가 얻어가길 바랐다. 그게 평범한 작가가 처한 현실이든, 작가의 루틴이든, 작가로서 살아남기 위한 여러 가지 노하우이든 간에.
그런데 언젠가부터 브런치스토리에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기가 힘들어졌다. 아무래도 써야 할 글이 너무 많은 데다가, '이번만큼은 적어도 망하면 안 되는데'라는 부담감이 겹쳐서 소소한 에세이라도 쓰기가 힘들었는지 모른다.
작가가 아닌 사람들은 잘 모른다. 마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작가의 숨통을 조이는 것인지를.
누군가 문틈으로 날 들여다본다면 아마도 난 책상 앞에서 하루종일 글만 쓰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러는 유튜브를 보고, 책을 보기도 하고, 웹서핑하면서 쇼핑도 하고, 그러다가 이도저도 싫으면 고양이와 놀거나 누워있을 거다. 하지만 글을 쓰지 않을 때도 마감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순 없다. 밥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자기 위해 씻을 때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마감의 묵직한 무게에 눌려 절로 한숨이 나오곤 한다.
마감의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하나. 글을 완성하는 것이다.
먼저 발 등에 불 떨어진 글부터 처리하고, 나머지 글들을 중요한 순서대로 차례차례 완성해 나간다.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취미로 쓰는 브런치스토리 에세이는 늘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난 여전히 마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중이다. 그래도 압박감에 시달리면서까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혹시나 내 글을 좋아하는 독자가 글을 기다리고 있을까 싶어서다.
나는 종종 구독자 수가 천이 안 되는 인기 없는 유튜브를 보곤 한다. 아마도 그 채널 주인은 내가 자신의 인기 없는 유튜브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걸 모를 거다. 어쩌면 '왜 내 유튜브는 이렇게 인기가 없을까? 채널을 접을까?'라고 고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그 유튜브가 재밌고, 혹시라도 유튜브에 동영상 업데이트가 안 되어있으면 작게 실망하곤 한다. 이처럼 누군가에겐 내 글이 재밌고 유용하길 바란다. 그래야만 나도 에세이를 접지 않고 늦게라도 한 편씩 올릴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