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yjtherunner
Oct 10. 2024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어, 나도 마찬가지고
필라테스일지
상대방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고자 하는 사람은 다음의 두 유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좋은 걸 해주는 사람과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해주는 사람.
둘 다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에서 말과 행동이 나오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 근원이 다르다. 나는 후자에 가깝고, 상대방도 나에게 그래줬을 때 더 고마움을 느끼는 편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위치가 막내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고, 때로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이 되기도 하면서 전자의 사람들이 이해가 될 때도 있다.
기존 필라테스 선생님들이 그만두게 되면서 우리 센터는 과도기를 겪는 중이다. 지난 화요일, 또다시 새로운 선생님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앳되어 보이는 얼굴이지만, 꽤나 프로페셔널한 톤으로 끊임없이 디렉팅을 하는 분이었다.
선생님들마다 가르치는 방식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다르겠지만, 나는 특히나 카운트를 느리게 하는 선생님과는 맞지 않는다. 열까지 센다고 했지만, 그 중간중간에 멘트까지 껴서 열을 세는 건 너무 하지 않은가.. 속사포로 랩을 쏟아내듯 말하지만, 오로지 열만을 기다리는 나에게는 그 속도는 절대 충분히 빠를 수 없다.
하지만 그 멘트 중에는 회원들을 위한 멘트가 아닌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나, 둘,... 꼭 많이 움직일 필요 없어요. 겉으로 봤을 때 움직임이 거의 없어도 올바른 근육을 쓰고 그걸 인지하고 있다면 충분히 운동이 되고 있는 거예요! 셋, 넷,..."
"아홉,... 필라테스는 조절의 운동이에요. 스프링에 딸려가지 말고 근육의 힘을 컨트롤하면서 가세요,... 열!"
덕분에 운동은 더 됐겠지만, 숫자를 좀 더 정직하게 셀 순 없는 거였을까, 잠시 원망을 하는 때도 있다. 원래대로 딱 열만큼만 해도 운동이 될 텐데..
하지만 돌아보면 반대로,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 나눠주고 싶은 마음으로 티칭을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멘트가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설령 그게 회원(나)이 원하는 방식이 아닐지라도, 그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지라도. 필라테스 선생님의 꿈을 마음 한편에 작게나마 가지고 있는 나 또한, 정말로 선생님이 된다면 그 누구보다 투머치토커인 선생님이 되어 의도치 않게 원망을 살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어느 날은 동작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정직한 열"이면 끝까지 버틸 수 있었을 텐데.' 라며 아쉬워하다가도, 또 다른 날은 운동이 유달리 더 하고 싶은 날이라 '열다섯까지는 해줬으면 좋았을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언제나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생님이란 존재할 수 없다.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헤아리고, 충족시켜 주는 방향으로의 마음이, 자신이 원하는 걸 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보다 낫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 하지만 상대를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만 있다면, 또 그것이 상대에게 가 닿는다면 그 어느 쪽도 크게 상관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