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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꿈글 Jul 11. 2016

추억, 그 사랑의 흔적을 찾아서

#일상이 나에게 - 영화 <도리를 찾아서>


푹푹 찌는 더위를 피해 영화관이 있는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영화관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푸른 바다 빛으로 시선을 끄는 '도리를 찾아서'.



이제 3학년 딸아이와 영화를 보기 전에도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

아빠, 엄마가 보자는 대로 순순히 응해주는 고분고분한 시기는 이제 '안녕~' 이란 얘기다.


"슬아, 우리 '도리를 찾아서' 볼까? 너 바다 좋아하잖아. 물고기도 엄청 많이 나온대."


"저거 ○○이가 재미없대. 졸았대."


"에이~ 그 친구랑 너랑은 또 다를 수 있잖아. 원래 사람마다 느끼는 건 다 다른 거야."


"그렇긴 한데.. 귀여운 애들 나와? 난 영상이 예쁜 영화가 좋은데."


요 녀석 3학년이 되더니 얘기하는 것도 제법이다.


무려 3년여를 곰탕처럼 우리고 우려먹을 정도로 인생영화였던 겨울왕국, 캐릭터 하나하나를 너무 좋아했던 인사이드 아웃, 주인공 여자아이가 불쌍하다며 자기는 저런 엄마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던 어린 왕자 등이 딸아이가 유난히 좋아했던 영화였다.


전작인 '니모를 찾아서'를 보지 못한 터라 살짝 확신은 없었지만 평소 좋아하는 '아쿠아리움'을 상기시키며 일단 보기로 결정.


상영 시작 후 "꺅~ 너무 귀여워!" 한 열 번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니 일단 합격점인 걸로.




나는 엄마랑 헤어지지 않을 거야! 절대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딸이 가장 먼저 한 말이었다. 모태 건망증 내지는 기억상실로 아빠, 엄마와 헤어졌다 무려 10여 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도리의 여정이 딸의 눈에는 꽤나 힘들어 보였던 모양이다.


"엄마는 나를 잃어버리면 어떨 거 같아?"


딸의 돌발 질문에 갑자기 멍해졌다.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아이를 낳고는 유괴, 납치가 주제인 영화 자체를 잘 보지도 않는 나다.


"엄마는 너 절대로 안 잃어버려. 절대로! 혹시 잃어버리더라도 꼭 찾을 거야."



도리가족의 상봉, 우리 세식구랑 닮아 감정이입 했나보다 ㅠ



우리는 모두 '기억상실증' 이다


긴 인생의 여정에서 어차피 우리는 순간순간 '기억상실증'에 걸리며 살아간다.

제 아무리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모든 것을 기억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어른이 되어서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기억하지 못하며, 때론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조차 잃어버리고 산다.  내가 꿈꿔왔던 삶보다는 물질을, 명예와 권력을 좇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힘!
추억이라는 사랑의 흔적



영화 후반 도리가 조개껍질 하나하나로 만들어진 길을 찾는 장면,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도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하나하나 주워 만든 부모의 마음이었다.

자식이 할 수 있을 거란 믿음,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 만든 사랑의 흔적!

잠시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딸아이가 커가면서, 엄마가 해 줄 있는 영역이 줄어들고 언젠가 내 품을 떠날 시간이 가까워 온다는 건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미루고 싶은 일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해류에 떠밀려 부모님과 헤어져야 했던 도리처럼, 내 사랑하는 딸도 언젠가 사회라는 바다로 떠밀려 낯선 환경 속에서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때론 지치고 인간관계에서 상처받고, 팍팍한 경쟁 속에서 숨이 찰 , 내가 누군지, 내가 꿈꾸던 것을 잃어버렸을  때

어느 날 문득 엄마와 함께 불렀던 노래, 같이 봤던 영화, 함께 갔던 여행지, 쳐 잠들었던 엄마의 품이 떠오른다면 도리처럼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그 속에서 사랑으로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있다면,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기가 조금은 더 쉽지 않을까?


도리 부모님이  하나하나 박아두었던 조개껍질처럼 딸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새겨주고 싶다.


추억이라는 사랑의 흔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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