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기제를 방어하는 중
나의 심리선은 작은 풍랑에도 심하게 일렁거려 배멀미를 하게 하는데,
이를 테면 내 인사를 무심히 받는 누군가를 봤거나,
내 말에 불친절하게 대답한 어떤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거나, 그런 사소한 일에도 마음의 검열대는 경보음을 울리며 가슴 속에 짙고 무거운 감정들이 들어찼다고 요동친다.
소화되지 않아 명치 끝에 얹혀 있는 감정 덩어리들은 하루를 지배하려고 드는 때가 많은데 그럴 때 나의 방어기제는 영락없이 숨어들기 즉, 회피를 명령한다.
나를 힘들게 한 그 사람을 피하라!
그 상황에서 도망쳐라!
마주치지 말아라! 숨어라!
그러면 그 순간은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온듯 승리감이 들기도 하지만 잠시 심리선 아래로 처박아 놓은 것일뿐, 예상치 못한 때 방심의 틈을 타고 그 상황과 감정들이 툭 튀어나와 나를 얽히고 설키게 만들어 버린다. 더 큰 파도가 되어 나를 덮으며 허우적 거리게 한다.
그렇다면 그 방어 기제가 제 힘을 쓰지 못하도록 방어 기제를 방어해야 한다.
숨으려고 고개를 웅크리기 전,
생각을 고쳐 먹고 차라리 고개를 치켜 올려 똑바로 바라 보아야 한다.
그리고 파도를 타야 한다.
무릎을 구부리고 두 다리에 힘을 주어라.
양팔을 옆으로 펼치고 바람과 파도가 적당한 때를
기다려라.
그러다가 때가 오면 좋아 지금이야,
종이 위에 발을 딛고 선 것처럼 가볍게 파도를 타라.
고개를 숙이지 말아라.
눈을 피하지 말고, 아래로 깔지 말고 부릅 떠라.
지지 말아라.
파도를 이겨내라.
파도를 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