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유산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

by 이선남

“오늘 1시 삼례 농협으로 알지? 신분증하고 인감도장 꼭 챙겨 와!”

오남매 단톡방에 여동생 메시지가 올라왔다. 여동생은 총무다. 우리는 매달 회비를 낸다. 친정집 냉장고와 에어컨, 보일러도 그 통장에서 나왔다.

“응.”
“넵.”
“알써.”

큰언니부터 작은언니, 남동생까지 짧게 답했다. 나는 두 손으로 ‘O’ 자를 만든 이모티콘을 보냈다.

“특히 선남 언니, 삼례 농협이야. 또 다른 데 가지 말고!”

‘다른 데?’

그 말을 보자 유기견 보호소가 떠올랐다. 미뤄 둔 일이 있었다. 나는 보호소에 전화를 걸었다.

“소장님, 오늘 개동이 얼굴만 보고 올 수 있을까요?”

개가 살 집과 울타리를 만들었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남동생이 바빠 아직 못 만들었다고 하자 규정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개가 살 환경을 다시 확인해야 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어르신은 아버지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던 간병인이 보호소에 연락했다.


금요일에 내가 와서 개동이를 묻자 간병인은 말했다.

“여기보다 거기서 새 주인을 만나는 게 훨씬 낫겠더라고.”

그때도, 지금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천안에 사는 작은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좀 일찍 와.”

작은언니가 친정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보호소로 향했다.

“어디 가?”
“개동이 보러.”
“개동이를 왜?”
“그냥. 얼굴이라도 보려고.”


유기견 보호소는 산속에 있었다. 큰길에 차를 세우고 꼬불꼬불한 길을 삼십 분쯤 걸어 올라가야 했다. 비닐하우스 두 동. 그 안에 백 마리가 넘는 개들이 있었다.

나는 하우스를 돌며 개동이를 불렀다.

“개동아, 개동! 이개동!”

아무리 불러도 보이지 않았다.

“이개동, 어디 있어?”

십 분쯤 지났을 때였다. 하우스 맨 안쪽에서 무언가 폴짝 뛰었다. 그쪽으로 가려는 순간 개들이 일제히 짖어댔다.

“그렇게 막 들어가면 안 돼요.”

소장님이 뛰어 들어와 길을 내 주었다. 목줄에 묶인 개들이 앞발을 세워 내 옷을 스쳤다.

하우스 맨 안쪽이었다. 개집 뒤에 몸을 숨긴 개가 하나 보였다. 개동이다. 개동이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개동이의 눈과 마주쳤을 때였다. 통장 비밀번호도 남기지 못하고 떠난 엄마가 겹쳐 보였다. 개동이가 여기 있는데도 뒤꼍을 가리키던 경증 치매의 아버지도 떠올랐다.

“개동아… 미안해.”

나는 주저앉아 개동이 이름을 불렀다.


한참 뒤 소장님이 내 어깨를 톡 쳤다.

“언니가 부르네요.”

비닐하우스 밖에서 작은언니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시계를 봤다. 두 시였다.

“개동이 지금 데려갈게요.”

소장님은 지금은 안 된다고 했지만 나는 말했다.

“새끼들도 주세요.”

소장님은 한숨을 쉬었다.

“두 마리만 남았어요.”

결국 개동이와 새끼 두 마리는 이동장에 실려 소장님 차를 타고 삼례 집으로 왔다. 소장님은 개동이 집까지 고쳐 주고 돌아갔다.


작은언니와 나는 마감 직전에 은행에 도착했다.

“선남아, 네 꼴이 이게 뭐냐?”
“언니, 이게 무슨 냄새야?”
“누나, 설마 옷에 묻은 게 똥은 아니지?”

엄마 통장에는 딸기 값 육백만 원이 있었다. 그 돈은 회비 통장으로 이체했다.


그다음 날. 온몸이 쑤셔도 원피스 여기저기에 개똥 발자국이 찍혀 있어도 콧노래가 나왔다. 개동이는 내게 남은 엄마의 유산이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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