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진심인 사람을 만나라(from 넷플연가)
나는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분야를 찾아보고 싶을 때 "넷플연가"라는 플랫폼을 주로 사용한다. 시작하기 전에 말하지만 나는 "넷플연가"와는 어떠한 접점도 없으며, 이 글 역시 "넷플연가"의 홍보성 글이 아니다. 다만 내가 경험했던 "넷플연가"모임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놓은 보물상자와도 같은 플랫폼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좋은 경험들을 같이 공유하고자 이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넷플연가"는 어떠한 특정 주제를 두고, 모임장 님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 그리고 그 주제에 부합하는 영화를 보고, 이런 것들에 대한 사전 질문을 멤버들에게 던진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본 모임에서 대화를 진행하는 모임인데, 모임장 님들이 선정한 주제에 따라 부수적인 활동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모임장 님이 하고자 하는 주제가 "요리"라고 하면, 본 모임에서 요리를 직접 해보는 모임도 있고, 주제가 "와인", "위스키", "전통주" 등의 술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하면, 실제로 모임에서 (적정선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는 모임도 있다. 나는 그래서 이 다양한 분야의 집합체인, 나에게 보물상자와도 같은 이 플랫폼을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의 전날에도 나는 새로운 넷플연가 모임에 참석하였다. 이전부터 참석하기로 신청을 해 둔 모임이었으며, 4번의 모임 중 첫 모임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기대반 걱정반으로 기다리고 있었으며, 내가 잘 모르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모임의 주제는 "공간"에 대한 것이었으며, 이 "공간"이라는 분야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분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모임장 님도 이 모임의 이름에 "니치 한 취향을 가진~"이라는 타이틀을 넣은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에서가 아닐까 예상을 해본다. 다만 이 모임에 참석하는 당일, 즉 어제의 나는 모임에 참석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이유는 모임 전날 일본에서의 해외출장을 마치고 전날 늦은 밤에(사실 모임 당일 새벽에) 집에 도착하여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여서 참석을 고민하였다. 그래도 첫 모임이기에 최대한 휴식을 취하고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다행히 모임은 저녁시간 때였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참석한 모임은 예상보다 훨씬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린 나이부터 모델일을 시작하셨고, 이 모델 경험을 통해 얻은 "공간"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진 아름다우시고 멋진 N잡러 모임장 님을 비롯해, 실제로 전시를 기획하는 기획자, 전시회를 즐기는 분, 건축을 전공하셨던 분, 자기 취향의 바를 디깅(Digging)하셨던 분, 변화를 즐기시는 경영 컨설턴트, 미술 공방을 운영하시는 미술 작가님, 여행을 즐기시는 마케터, 주말농장을 즐기시는 컨설턴트까지 다양한 분야의 매력 있는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사실 이렇게 "니치"한 분야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일 것이라고는 상상 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매력 있는 분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이런 "니치"한 주제로 이런 매력 있는 분들을 모아주신 모임장 님께 감사를 드린다.
사실 나에게 있어 "공간"이라는 것은 "공간" 그 자체라기보다는, 이 "공간"을 어떠한 것으로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인테리어나 건축과 같은 요소가 빠질 수 없겠지만, "똑같은 공간"이라고 한다면, 그 안을 어떤 아이템, 어떤 향, 어떤 음악으로 채우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 "향 덕후"로써 어떤 "향"으로 공간을 채우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음악"으로 공간을 채우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음악이라는 것은 많이 들어봐야 어떤 느낌의 음악인지, 어떤 공간에 어울릴지 아는 정도라면, 향은 그냥 공간을 보고 어떤 느낌의 향이 좋을지, 생각하는 수준이었다. 즉 향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큰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공간을 보고 어떤 향이 떠오르는지 생각하는 정도였다. 음... 예를 들자면 "나무" 즉 원목을 사용한 공간이라고 한다면 어떤 향이 어울릴지를 생각해 본다. 비 온 뒤 물에 젖은 나무와 풀이 무성한 숲과 같은 향, 원목의 테이블에 놓인 한잔의 위스키와 은은한 향을 내고 있는 고급진 시가의 향, 원목으로 된 책장에 꽂힌 오래된 책들을 만날 수 있는 오래된 도서관의 향 등 여러 느낌이 생각난다.
하지만 이 모임에 모인 모임장 님을 비롯한 다른 멤버분들은 나와 다르게 "공간" 그 자체를 즐기시는 분들이었다. 공간의 인테리어를 비롯해 공간이 그 자체로 주는 느낌, 공간에 얽힌 스토리와 빛(조도)까지 어떤 한 파트만이 아닌 "공간"을 이루는 모든 다채로운 요소, 그 모든 것들을 즐기고 있는 분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이 "공간"이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 사람이었나라는 것을 깨닫는 하루였으며, 또 그들의 이야기에 점점 스며들어가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이 모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나만을 위한 공간을 찾는 것이며 이 모임의 마지막엔 "나만의 아지트"를 찾아보고 싶다. 이 모임에서는 이 "공간"이라는 분야에 전문가로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고, 이 "공간"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 누구보다 순수하고 즐겁게 이야기하시는 모임장 님이 있으시다면 "나만의 아지트"를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번외로 모임장 님께서 각각의 멤버들에 취향에 맞는 "공간"을 추천해 주셨지만, 전문가가 아닌 내가 단지 추천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이곳에 글을 남길 수는 없었다. 이 공간은 내가 직접 방문을 해본 공간에 대해서 추후 글을 남겨보도록 할 예정이다. 정말 많은, "좋은" 공간을 추천해 주셨기 때문에 모든 곳을 방문해 볼 수는 없겠지만, 이중에서도 내가 마음에 드는 몇 군데는 꼭 가볼 것이며, 아마 나는 이 장소, 이 공간을 사랑하게 될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이렇게 어제의 모임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한 것은, 오랜만에 새롭고, 독특하며, 재밌고, 나를 흥분시킬만한 무언가를 찾았으며, 이러한 그 무언가에 빠져있는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경험에, 내가 이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 "관심사 찾기"에 너무나도 부합하는 경험이었기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혹시라도 아직 관심이 가는 것이 딱히 없는 사람이나, 혹은 관심사는 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이라면, 넷플연가를 이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혹시 모른다, 이곳에서 나와 마음에 맞는,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를 만나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