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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웅진 Sep 28. 2024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30년 전쟁’(1618~1648) 당시 종군행상(군대에서 직접 관리하는 PX가 생겨나기 이전에 군인들에게 물건을 팔던 상인)이었던 어느 삼남매의 어머니 이야기다.



‘빵이 부패하기 전에 팔 생각으로 포화(砲火)를 뚫고 이동하는 여인’이기에 ‘억척어멈’이라는 별명이 붙은 그녀의 목표는 각자 성(姓)이 다른 세 아이들을 훌륭히 키워내는 것이다.

물론 유럽 역사상 최대이자 최악의 종교전쟁은 이러한 그녀를 위한 최상의 돈벌이 기회다.



  그러나 어느 날, 빵과 셔츠에서부터 총알까지 싣고 다니는 그녀의 인차(人車, 말이 징발당해 아들들이 끈다)가 신병을 모집하러 거리로 나온 장교와 부사관에게 검열당하면서 그녀의 ‘고난’은 시작된다.



장교의 꼬임에 넘어간 아들들은 ― 어머니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 각자 대장의 신임을 받는 용맹스런 병사와 부대의 군자금을 관리하는 행정병이 되었지만, 소속 부대의 패전 등에 휘말려 목숨을 잃는다.

억척어멈 곁에 남았던 딸마저 억척어멈이 전쟁터에서  팔 물건을 구하러 들어간 도시가  포위공격을 당하게 생겼다며 경고하는 북을 치다가 화승총을 맞고 절명한다.

하지만 이렇듯 전쟁으로 자식들을 잃었음에도 억척어멈은 전쟁을 탓할 뿐 장사를 그만두지 않는다.



  


"누가 졌어요? 저 웃대가리들의 승리와 패배가 아랫것들의 그것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에요. 결코 그렇지 않죠. 아래 사람들의 패배가 그들을 위한 이득이 되는 경우까지 있어요. 명예는 잃었지만, 그밖에는 아무 것도 잃은 것이 없어요. (중략) 일반적으로 우리 같은 비천한 사람들은 승리와 패배의 대가를 비싸게 치르는 법이죠. 우리한테 가장 좋은 것은 정치가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에요."



 


 


어느 큰 전투 직후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내뱉는 억척어멈의 이 말을 보면 억척어멈 또한 우리가 TV나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쟁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녀를 동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녀를 그렇게 만든 자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건담 F91>에서... 우주세기 대표적 방위산업체  애너하임 일렉트로닉스의 모빌슈트 개발자였던 남주 어머니에게....





하지만 브레히트는 전쟁으로  자식들을 잃은 ‘죽음의 상인 중 하나일 뿐'인 억척어멈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 남의 자식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군수물자를 판다고  고발한다.

 억척어멈과 같은 죽음의 상인에게는 전쟁이 끝났으니 군대 간 자식들이 돌아올 수 있다는 반가움보다 ‘내일부터 뭘 먹고 살아야 하지?’라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브레히트는 주인공인 억척어멈에게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비판하는 시선으로 보도록 서사극(Episches Theater)의 기법, 즉 ‘낯설게 하기’ 기법을 도입했다. 영화 쪽 매체에서 비슷한 것을 찾자면 아마 ‘다큐멘터리’를 들 수 있겠다.



 관객이 억척어멈을 전쟁으로 자식들을 잃은 비운의 어머니가 아니라 단지 ‘죽음의 상인’으로 보고 그녀에게 분노할 때, 그에 따른 연쇄반응으로서 무기를 팔아 큰 돈을 버는 거대 자본가들 및 그들과 결탁한 정치인들 같은 지배계층, 그들이 내세우는 모든 ‘신성하고 정의로운 이데올로기’에 분노할 때, 브레히트의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rBH-y-WT0Y4



"억척아범"이 등장하는 유명한 애니. 6분 44초부터 등장함.


이 양반은 잃을 자식이 없어서인지 증오하기가 힘들었음.


"사이드와인더가 수명이 다해 불발탄이 되기 전에 얼빵한 조종사에게


팔아먹으려고 눈초리 험악한 베테랑도 있는 막사를 기웃거리는" 작자인데도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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