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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웅진 Sep 30. 2024

'로봇(Robot)'의 아버지 카렐 차페크 (2)

진보된  세상은  없었다?

 


카렐 차페크는 1890년 1월에 그의 아버지가 의사로 있던 보헤미아 북부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남매 중 막내였으며, 이  삼남매 모두 예술적 재능을 타고났다.

삼남매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누나 헬레나는 작가가 되었으며, 형인 요셉은 체코의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화가들 중 하나로서 유명하다.

카렐 또한 그림과 관련한 재능이 있어서  그가 만든 책들에 - 특히 여행과 관련한 책들에 - 독창적이면서 재미난 삽화들을 그려 넣었다.


  이 차페크 남매들은 아주 일찌감치  집을 떠났다.

카렐과  형 요셉은 프라하로 갔는데, 이 당시 프라하는 아주 뛰어난 학자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던 문화와 교육의 중심지였다. 예를 들어, 앨버트 아인슈타인도 프라하의 독일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덕분에  어린 차페크 형제는 당시 프라하에서 번영을 누리기 시작하던 현대적인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에게서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카렐은  형과 함께 ‘차페크 형제들’이라는 필명으로 익살맞고 반어적이며 교육적인 이야기들을 출간하던 가운데, 철학과 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카렐은 또한 신문에 예술과 문학에 관한 비평들을 기고하기 시작하면서, 언론계에서 평생을 몸담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당시의 일반적인 통례에 따라 카렐은 외국으로 유학을 위한 여행을 떠나기도 했으며, 프랑스의 소르본 대학에서 얼마간 지내기도 했는데, 그곳은 그가 독일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헌신했던 곳이기도 하다.

허나 무엇보다도  카렐은 다른 예술가들이나 문인들의 그룹에 가담하여 파리 토박이의 삶을 맛보고 싶은 마음에서, 갤러리나 까페 혹은 서점 등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마음에서 ‘예술인들의 이렇듯 신성한 성배(聖杯)’를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특기할만한 일도 카렐의 삶에서 일어나지는 않았다. 심지어 애정문제 같은 것마저도….

카렐은  작가로서의 또는 사색가(思索家)로서의 성공적인 삶을 기대해왔을 수도 있었겠지만, 만약 그의 세대에 그토록 깊은 영향을 남긴 그렇듯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의 미래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판단해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 비극적인 사건, 즉 제1차 세계대전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며, 그간 인류가 경험해왔던 전쟁들 중에서 가장 거대하고 가장 잔혹한 전쟁이자,

각종 폭탄들, 독가스, 기관총들, 그리고 탱크들   같은   현대  과학  기술의 모든 발명품들이 등장한 전쟁이었다.


https://en.wikipedia.org/wiki/Chemical_warfare




  카렐은 - 나중에 ‘베치테류 병’으로 진단된 - 척추에 생기는 병을 앓았으며, 말을 타다  다친  새옹의  아들처럼  이 병 덕택에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동안에 군복무를 면제받았다.

 카렐은  당시 시골에 계시던  부모님들  덕분에 이 당시 프라하에 만연했던 식량  부족 또한 경험하지는 않았다.

지만 그 당시 그의 세대  중  대다수가 목격했듯이, 전쟁의 잔혹함과 무의미함은  "유래 없는 기술적 진보로 모든 사람들이 더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으로 가득차  있던  세상을 산산이 파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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