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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웅진 Nov 05. 2024

'로봇(Robot)'의 아버지 카렐 차페크 (12)

<로봇 R.U.R.>에  반영된  고대  그리스  희곡의  요소

  


카렐 차페크는 인격을  결코 섬세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하진 않았다.

하지만 <로봇 R.U.R.>의 등장인물들은 심리적 발전을  위한 어떤 공통된 성격이 부족하다. 사실  그들의 행위는 이미 그들의 이름으로 미리 예시됐다(아래  포스트 참조). 이들은 카렐이  반복적으로 나타내려는 간단하고 기본적인 생각을 단순히 보여주는  존재들일  뿐이다.




<로봇 R.U.R.>  주인공들의 행위는 그들의 관계에서 ‘삶 그리고 비현실적인 유토피아 사이의’ 기본적이고 숙명적인 대립으로 단순히 전개된다.

이것은 고전 신화의  그것  같은  운명의 거대한 대립을 위한 희곡의 도입부에서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카렐은   어렸을 때 고전 희곡에서  느꼈던  매력을 설명했었다.

기원전 3세기에 쓰여진 플라우투스의 희곡 <메내크미(Menaechmi)  형제>에 대한 그의 비평에서, 카렐은 로봇 연기를 위한 지침을 제공해주었으리라 후일 판단된 희곡적 구조를 칭찬했었다.



  모든 감정적ㆍ도덕적 특성들이 나타난 뒤, 입센이 나타난 뒤, 마음을 통하는 내용의 희곡이 나타난 뒤, … 우리는 단순하고, 고요하며, 직접적으로 고전적인 희극을 요구하게 되었다.

 …  극히 초기부터  모든 등장인물은 그 자신의 단 하나의 의욕적인 관심거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그 희곡의 진행 상황을 관객들이 명쾌하게 쫓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의지를 바꾸게 한다거나  심리적 발전에 변화를 주는 것도 없다.

등장인물들은 확신 있는 태도를 보이며, 전형적이고 일반적이며 단순한 수단이 있다. 그들의 전형성은 살아있는 것 같은 내용의 한계를 그들에게 부여하며, 최소한도로 평범한 세부사항과 개인적  특징들이 필요할 따름이다.

그러한 연극에서의 대화는 마치 연대기의 설명처럼 진행되며, 모든 등장인물들의 생각은 단일하고 일관된 설명으로 표현될 따름이다.



  고전적인 희곡에서  사나이는 주로 그의 씨족의 대표자다. 그는 정의와 진리를 위해서, 그의 원죄와 연관된 조상들을 위해서,  그의 존재의 의미를 위해서 투쟁을 이끌어나간다.

그러한 희곡에서의 투쟁은 개성적인 존재들 사이의 충돌이 아니라 원리원칙의 충돌에서, 운명이나 여타 초자연적인 힘과 같은 지고한 힘들에 의한 인간의 대립에서, 혹은 신들이 탐탁찮게 여기는 것을 좋아하는 모든 존재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충돌에이루어진다.

 

  신화에  기반한 희곡에서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상대로 투쟁하는 건  물론 운명의 지고한 힘과 싸운다든 정의를 위해서 싸운다든가 하는 것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내용이 바뀐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희곡의 등장인물에게는 위엄을 갖추고서   굴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로봇 R.U.R.>에서 인류의 대표자들이 최종적으로 공격당하면서  파멸하는 것은 신들의 의지를 표현한  아니라 자연의 법칙과 전통과 인간의 운명에 대항한 인간 행위의 결과일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절대적이며  피할 수  없고 숙명적인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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