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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웅진 Aug 08. 2024

- 리카르도 마세나스와 지온 줌 다이쿤

토미노 요시유키의 <모빌슈트 건담>(1979)

<건담>의 나이가 불혹에 다다른 2009년은 다른 한편으로 기념비적인 해였다.

<건담>의 시대적 배경의 함의를 우주세기 원년부터 추적하는 소설 『기동전사 건담 UC』(영화화된 소설 『망국의 이지스』의 작가이자 토미노 요시유키의 팬인 후쿠이 하루토시의 작품)의 애니메이션화가 시작된 해니까.

 그러므로 토미노 월드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기동전사 건담 UC』의 내용을 기반으로 시작해야 한다.




'서기(Anno Domini)'의 사용이 중단되고 '우주세기(Universe Century)'가 선포되던 우주세기 0001년 1월 1일 0시,

인류는 합심하여 지구 온난화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범지구적 통합체인 '지구 연방'을 이제  막 만들었다.

달은 물론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까지 진출해 티타늄과 헬륨-3 등 지구에서는 고가인 자원을 대량 확보했으며, 그것으로 '콜로니'라 불리는 우주 도시를 다수 건설했다.


https://worldofjaymz.fandom.com/wiki/Island_Three_Colony


하지만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지구 통합은 일제 말기의 소위 ‘황국신민화’에 맞먹는 정책이었다.

약소민족의 문화와 생활권 파괴, 그리고 '잉여 인력'으로 낙인찍힌 사회적  약자들을 콜로니들로 강제 이주시키는 폭거로 이어졌던  것이다.

물론 이렇듯  연방 정부의 압제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당연히 이를 이용하는 자들도 나타났다.

바로 그런 자들에 의해 우주세기 0001년 1월 1일 0시 연방 정부의 우주 수상 관저인 라플라스는 리카르도 마세나스 수상 및 각료들, 직원들, 언론인들  그리고  거기  거주하던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폭파되었다.


아울러 이 우주세기의 9.11 테러와 함께 마세나스 수상이 선포하려던 새 헌법을 기록한 비석도 함께 제거되었다. 그 뒤는 물론 9.11 이후와 많이 흡사하다.

연방 정부의 '수구꼴통들'은 자신들이 배후에서  조종했던   테러리스트들을 라플라스 폭파 사건을 명분으로 잔인하면서도 당당하게 제압했고, 이로써 연방 정부의 행위에 저항하던 자들은 자신의 손발을 스스로 묶었다.


- 리카르도 마세나스와 지온 줌 다이쿤



그리고 반세기 이상이 흘렀다.

'서기'를 쓰던 시절의 말기에 80억의 인구가 바글거리던 지구에서는 이제 연방 정부와 의회의 요인들을 비롯한 20억의 사람들만 살아간다. 그들 중 상당수는 연방의 엘리트들에게 봉사하는 직종에 종사한다.

 총 100억으로 늘어난 인류 중 80퍼센트가 달, 콜로니(40여 개의 콜로니가 1개의  콜로니  집단인  '사이드'를 구성하며, 총 6개의 사이드가 지구와 달 사이의 인력권인 라그랑주 포인트에 개설), 그리고 소행성대에서 태어나고 살다가 죽어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주세기 0079년,  각  사이드들  및  자원  채굴용  소행성들(아 바오아쿠,  솔로몬, 페즌, 루나2  등)



이런 상황에서 무중력 혹은 저중력 공간에 적응한 새로운 인종의 탄생이 보고되는 데도, 연방 정부는 이에 대해 귀와 눈을 닫는다.

더 기막힌 사실은 웬만한 국가의 규모와 자급 능력을 갖춘 각 사이드가, 자치는커녕 연방 의회를 구성하는 의원들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권마저 없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각 콜로니는 “지구의 콜로니(식민지)”인 셈이다.

초대 수상이 선포하려고 했던 진짜 헌법이 우주에서 다시 한 번 진화한 인류의 자손들을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시킨다는 내용을 담았던 것을 생각하면, 우주세기 첫날에 벌어진 테러가 상당히 지독한 나비 효과를 연출한 셈이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지구인들(어스노이드)의 삶을 우주에 사는 사람들(스페이스노이드)이 지탱하게끔 짜여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구 온난화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우주로부터 모아들인 막대한 부를 통제하는 연방 정부의 고관들은 시늉만 할 뿐이다.


이런 시대에 지온 줌 다이쿤이 등장했다.

지구에서 계속 엘리트로 살 수 있었던 지온 줌 다이쿤은, 리카르도 마세나스와 비슷한 생각을 품고 우주로 올라왔고, 사이드 3에 살면서 각 콜로니의 자치를 부르짖었다. 아울러 지구에 남아 있는 20억 명도 지구를 말끔히 비워줌으로써 지구의 부담을 덜어주고, 인류의 진화적 혁신을 이루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예수에게 베드로의 타락하고 오만한 후예들과 유다의 후예들이, 마르크스에게 스탈린과 김일성이 꾄 식으로 지온 다이쿤에게도 데긴 자비가 꾀었다.

지온 다이쿤이 간신히 사이드 3의  완전한 자치권만이라도 확보하여 문조 공화국을 건설했을 당시, 사이드 3에 주둔하던 연방군을 회유하고 장정들을 모아 문조 국방군을 창설한 데긴은, 지온 다이쿤에 대한 문조 대중의 지지가 정점에 달했을 때 그를 암살한 뒤 신격화시키면서 권좌에 올랐다. 즉 '지온 공국'을 선포하고 공왕의 자리에 앉은 뒤 '지오니즘'이라는 식으로 지온 다이쿤의 사상을 재정립(왜곡)한 것이다.


느지막이 후처에게서 늦둥이 남매를 본 다이쿤과 달리, 데긴은 이미 장성한데다 능력도 있는 자식들을 문조 공화국의 요직들에 고루 배치할 수 있었다는 점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지온  줌  다이쿤과  아내  아스트라이아,  딸  아르테이시아(세이라  마스),  애묘  루시퍼,  아들  캐스발(샤아  아즈나블)


데긴  소도  자비(가운데)와  왼쪽부터  삼남  도즐,  장남  기렌,  막내  가르마,  딸  키시리아.  차남  사스로는  암살당했는데,  남매  간  암투에  희생당했다는  설정이  붙었다.  도즐  얼굴의  흉터도  사스로가  폭발로  사망할  때  입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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