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에 등장하는 거대 로봇은 '모빌슈트(Mobile Suit / モビルスーツ)'라고 불린다. 그 정의는 '강화복(Powered Suit)' 혹은 '강화외골격(Powered Exo-Skeleton)'이다. 이는 미국의 SF 소설가인 로버트 하인라인(1907~1988)이 SF 소설 『스타십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에 등장시킨 전투복이다.
재미난 사실은 할리우드가 『스타십 트루퍼스』를 영화화했을 당시 예산 부족으로 강화복을 구현하지 못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계는 그 영화가 나오기 18년 전에 이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지금 소개하는 <건담>의 실질적 주인공인 모빌슈트, 즉 사람이 타는 거대 로봇 개념의 강화복(평균 높이 18~20미터)이다. 심지어 일본 방위성은 2007년에 “건담을 실현한다”는 목표하에 선진 개인 장비 시스템, 즉 모빌슈트 개념의 최첨단 장비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었다.
필자는 파워블로거인 쿵디담의 소개로 <건담>을 알게 된 뒤, 그 연출자이자 제작자이며 기획자이고 소설판까지 집필한 토미노 요시유키(1941~ )의 영향을 받지 않은 글을 단 한 줄도 쓸 수 없었다.
물론 “30대의 나이에도 건덕후(건담 팬)라면 인생 막장에 접어든 셈이다”라는데, 이렇듯 뒤늦게 '토미노 월드(<건담>의 시대적 배경에 그 팬들이 붙인 이름)'에 빠진 데 대한 그럴듯한 변명거리는 있다.
“약간 어려워 보이는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출판사에서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의 복수』와 마크 라이너스의 『6도의 악몽』 편집을 담당했던 필자는, 그 책들 덕에 지구 온난화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크 라이너스의 지적대로 "현재의 삶을 포기할 수 없는 현대인들” 중 하나인 필자는, 이런 사람들의 수가 이 지구상에 80억에 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극단적인 해결책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 주목한 것이 바로 토미노 월드와 그 등장인물들의 주장이다.
즉 “지구를 최대한 비움으로써 지구의 짐을 덜어준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제임스 러브록 박사는 세계 인구를 점진적으로 5억 명까지 줄여 지구 생태계, 즉 가이아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설하고
1979년에 토미노가 기존의 어린이용 로봇 애니메이션들의 패러다임, 즉 외계인 악당이라든가 세계 정복을 꿈꾸는 정신이상자를 상대로 젊은 용사 한두 명이 싸우는 내용을 떨쳐내고 실제 인간들의 현실과 역사를 융합하여 제작한 SF 전쟁-로봇 애니메이션 <건담>.
<건담>은 인류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를 본격적으로 비우기 시작한 지 79년째 되는 해를 배경으로 한다. 즉 '우주세기(UC) 원년'으로부터 79년이 흐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