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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햇살영 Jul 24. 2024

03 돌도 안 된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님들

걱정마세요.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마음의 씨앗을 심고, 사랑으로 물을 주어 꽃을 피우는 일입니다."


저는 0~2세 영아 보육을 책임지고 있는 어린이집 원장입니다. 출생률 저하로 심각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 이 시대에, 귀한 아기를 출산하여 고물고물 젖내 나는 어린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얼마나 무겁고 걱정이 많을지 깊이 공감합니다.


첫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를 엄마 품에서 떼어 어린이집에 보내는 결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부모님의 불안과 걱정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 12년간 영아들만 보육하는 가정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수많은 아기와 부모님들을 만났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님들이 걱정 없이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린이집에 일은 단순히 돌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아이의 평생에 중요한 안정된 애착 형성이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안정된 애착은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아기일수록 가정 어린이집은 이러한 애착 안정성에 발달을 지원하는 역할에 일등 공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께서는 불안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으시고 저의 글을 읽어봐 주세요. 제가 처음 백일 된 아이를 받았던 솔직히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정말 잘 보살피고 키워 지금은 어린이가 되었답니다. 대부분의 가정 어린이집은 저처럼 진심으로 아가들을 돌보고 있을 테니까요.


신기한 일이 있습니다. 똑같은 전화벨 소리인데도, 입소 상담 문의 전화벨 소리로 들릴 때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ㅇㅇㅇ어린이집입니다."

역시나 입소 상담 문의 전화입니다. 점쟁이도 아닌데 80%는 맞춥니다. ㅎㅎ


"안녕하세요, 저희 아기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까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문의하셨습니다.

저도 초보 원장이었기에 살짝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문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아기가 몇 개월인가요?"

"네, 이제 백일 지났어요."

"아. 네!"


어린이집 개원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걸려 온 전화였습니다. 나는 일단 방문 상담을 권해드렸습니다.

그때 영아 3명이 입소하여 다니고 있었는데 백일 된 아기가 온다니...

기쁘기도 했지만, 사실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어린 아기를 돌본 경험은 우리 아들 키울 때 빼고는 없었습니다. 보육교사를 하면서도 돌 전후 아기는 돌봤지만 백일 된 아기는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입소 상담 날짜와 시간 약속을 하고 기다리는 그 순간까지 떨림 설렘 첫사랑을 만나는 기분이었습니다. 따뜻한 한방차와 커피 다과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따뜻한 음료와 안정된 분위기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아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녔습니다.


띵동띵동 초인종 소리에 나는 심장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저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인 것처럼 활짝 웃는 얼굴로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속싸개로 싸맨 아기를 안고 들어오는 분은 젊은 할머니였고, 아기 엄마는 앳된 얼굴로 수줍은 표정을 하며 뒤따라 들어왔습니다. 아기는 너무나 귀엽고 예쁜 여자아이였습니다.


어린이집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간단히 하고 아기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였고, 아들과 며느리는 직업군인으로 강원도에서 살고 있는데 아기를 키우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손녀딸을 맡아 키워주기로 했는데 조부모님도 맞벌이하시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아기 조부모님도 자녀를 키운 이후 처음으로 갓난아기를 보게 되니 아이 돌보는 것이 서툴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손녀딸이 이뻐서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원장님! 우리 ㅇㅇ이 잘 봐주실 수 있으세요? 제가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데 데려다 줄 수가 없어요. 어떡하지요."

"네.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통학 차량으로 등원 시켜드릴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히 회사 출근하세요."

저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할머니와 아기 어머니를 안심시켜 드렸지만, 원장보다도 나이가 적은 젊은 할머니와 20대 중반의 아기 엄마는 걱정과 불안함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할머니께서는 회사를 그만두고 손녀딸을 볼지 고민도 많이 했다고 했습니다. 상담하러 오면서도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반신반의하면서 일단 원장님과 상담하고 결정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할머니 댁 가까운 곳에도 어린이집이 있었는데 거리가 먼 우리 어린이집으로 상담을 왔는지 궁금했습니다. 물론 가까운 어린이집도 상담했다고 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비교하고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제 예감에 당연히 우리 어린이집을 보내겠지. 안 보내면 손해일걸... 저는 초보 원장이었지만 무슨 배짱인지는 몰라도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만큼 저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고 자신감과 열정이 많았습니다.

아기는 상담 내내 잠에서 깨지 않다가 상담이 끝날 무렵 깼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빛과 백옥같은 피부 속싸개 속에 있는 아기는 사진 속에 있는 아기처럼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아기를 안아보니 게슴츠레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면서 입을 움직였어요.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 아들도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 때가 있었는데 아들 생각도 나면서 감격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두 분과 1시간가량 상담을 했는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된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 공감해 주고 경청하면서 신뢰감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상담을 마칠 때는 원장님이 좋으신 분 같아 안심하고 믿고 맡길 테니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고 또 하고 간곡하게 말씀하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 아이는 상담 후 바로 입소하여 사랑 듬뿍 받으며 잘 커서 졸업했습니다.


이 아이가 다니는 동안 저는 아침 7시 30분에 아이 집 앞으로 가서 통학 차량 카시트에 태워 등원시켰습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여 어린이집 통학 차량이 드나들기도 매우 불편했음에도 3년을 하루 같이 성실하게 아이를 만나러 갔지요. 겨울에는 더욱 힘들었지만,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너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아이는 한 번도 차에서 울지 않는 순한 복덩어리 아기천사였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우리 어린이집에 입소해서 잘 적응하면서 원아 모집은 순조롭게 되었습니다. 작은 시골 동네였기 때문에 따로 광고하지 않아도 입소문이 금방 났습니다. 거리가 먼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달려갔습니다.


지금 이 아이는 강원도에서 살고 있고 벌써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입니다. 부모님께서 아이가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가끔 보내주십니다. 원장님이 사랑으로 잘 키워주셔서 잘 크고 있다고 말씀을 해주실 때마다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감사할 뿐입니다.


돌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를 어린이집 보내야 하는 부모님들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0세 때 온 아이들은 3살 4살 때 오는 아이보다 훨씬 적응도 잘하고 모든 면에서 발달이 빨라 똑똑합니다. 돌 전에 우리 어린이집에 보낸 부모님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습니다. 불안해하고 망설일 필요 없습니다.


손해 볼일 하나도 없다고 장담합니다. 결혼 후 자녀 양육만큼 힘들고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는 아이를 잘 키워야 하는 공동의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함께 키우는 것이지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아이 내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그들에게 최선을 다해 보살피고 가르치는 일은 우리의 가장 큰 책임이다."  - 넬슨 만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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