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 첫 손길
첫눈 가슴속에 쓰는 시
황보영
하늘이 겨울의 침묵을 깨뜨리고
숨죽인 새벽을 가르며
세상 끝까지 흰 눈으로 덮었다
새벽은 고요히 흰빛을 두르고
잠자는 대지의 가슴을 두드린다
아침의 문틈을 밀치며
하얀 겨울이 나를 삼킨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스하게 차오르는 온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투명한 눈발처럼 퍼져간다
삽을 들고 마주한 눈더미는
질척이는 몸을 늘어뜨린 채
툭, 둔탁한 숨을 내쉬며 버틴다
슬라이스처럼 퍼지는 은빛 조각들
눈밭을 쓸어내리듯
내 마음도 은근히 녹아내린다
망설임 끝에 터져 나오는
웃음처럼 쌓인 눈 위로
미끄러지며 내려앉는 추억
오늘의 삶은 새하얗게 새겨진다
순백의 눈발 아래
심장은 겨울 호수처럼
잔잔히 흔들리며
영혼을 감싸 준다
그 울림은 투명한 메아리 되어
오늘을 비추고
첫눈의 흔적처럼 조심스레
삶의 길 위에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