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길 위에서의 생각

수도 없이 했던 내 생각

by 쏘리
류시화.png


p. 12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 나는 은행 대출 없이 자가 등기 친 집이 없는 자다.

그래서 집을 그리워했다.

근데 이제는 집이 있는 자처럼 빈 들녘의 바람을 찾는다.

집이 없어도 바람처럼 잘 흘러다닌다. 자유롭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 집을 떠나 여행을 갈 땐,

무작정 집 밖을 나갈 땐



잃기 위해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얻기 위해서 나가지도 않는다.

자유로워서 나간다.

얽매인게 없다.



나는 남편도, 빚도, 자녀도,

직업도 없어서

매우 자유롭다.



남자친구도 없어서 굳이 일정을 잡지 않아도 된다.

구속을 싫어하는 나란 사람 어디까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물건을 가진다는건 그만큼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것

배우자가 생긴다는 건 그만큼 애쓰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직장이 생긴다는 건 그만큼 열정을 쏟아야 한다는 것



나는 자유롭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 세월이 흐를 뿐 얻는 것도 잃은 것도 없다.

그냥 다 스쳐간다.


내 직장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도 스쳐간다.

다음 스쳐지나갈 사람은 또 누구일지 신기하기만 하다.

결국엔 스쳐가는 인생이다.


영원한 건 없다.

영원한 건 변치 않는 명제는 딱 하나다.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것 뿐 그것 밖에 영원한 건 없다.


그러니 시간이 결국 세월이고 세월이 끝나면

나는 땅 속에 묻혀 흙으로 돌아가겠지.


그 과정에서 웃고 울고 쓰고 버리고 남기고 적고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 그런 말이 있었다.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

나쁜 일도, 좋은 일도 다 지나가리라.


그래서 일희일비 하지 말라는

<미생> 오과장님과 선배들의 말이 떠오른다.

너무 기뻐하지도 너무 슬퍼할 필요도 없다는 걸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 나는 우연히 만난 사람들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 그냥 나를 위해살지

그 누구를 위해서도 살지 않는다.


결국 타인을 위하는 게 나를 위한 것이고

나를 위하는 게 타인을 위한 것이다.


나만 행복한 것도,

타인만 행복한 것도 없다.

같이 함께 행복해야 진정한 행복이다.


나만 행복하면 그만이지 뭘.

싸가지 없는 행복이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 자유가 없어서 퇴사를 했다.

자유를 원해서 헤어지자고 했다.

나그네인 나는 자유에 지쳐서


막걸리를 먹고 타지에서 잘도 잔다.

근데 그게 내 인생이라 마음에 든다.

나그네 인생을 계속 유지하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다시 자유를 반납할 때가 돌아온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