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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리 Nov 04. 2024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봄비 속을 걷다. 답

p. 47

봄비 속을 걷다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 퇴사 후 새벽 운동이나 아침 기상이 빨랐다. 새벽 4시 5시 늦어야 6시 

새벽에 일어나면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담배 꽁초부터 제 3금융권 명함까지 싹다 줍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주운 이유는 세상에 쓰레기가 너무나 많은데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서 쓰레기를 주으면 그 쓰레기 같은 것들을 줍는 거랑 같이 느껴졌다. 줍고 나서 깨끗해진 도로나 주변 환경을 보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쓰레기 같은 것들. 근데 사람들도 쓰레기 도로를 그냥 냅두고 걸어간다. 방관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사람도 쓰레기를 줍지 않는다면 방관자랑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 버리는 사람은 가해자고, 그걸 보고 아무 말도 안하면 방관자, 나는 쓰레기 안버려서 괜찮은데? 왜 버리는 사람까지 관여해야해? 남일 인듯 하지만 결국 쓰레기를 버리는 가해자를 나무라지 않는다면 피해는 방관자 또한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것이다. 깨끗한 도로를 걷고 싶지 더러운 도로를 누가 걷고 싶어할까? 

 근데 또 버리는 사람 따로 줍는 사람 따로 관심없는 사람 따로라는 걸 나는 깨닫고 그래도 묵묵히 줍는다. 줍다보면 요령도 생기고 줍다보면 주변에서도 다섯 번 버릴거 세 번 버리고 세 번 버릴 거 두 번 버리고, 심지어 껄렁한 여자도 처음엔 내가 불편했는지 야려보다가. 내가 쓰레기 봉투를 들이 밀고 직진하니까 공손해지면서 "쓰레기 여기요"를 한다. 

 누가 담배피는걸 뭐라하겠느냐? 당신의 기호식품인걸? 내가 왜? 내 돈 드는 것도 아닌데요? 그치만 쓰레기통, 아니면 주머니에다가 넣어라. 내가 하도 유별났나? 아파트 단지 곳곳에 흡연 쓰레기통을 만들어뒀다. 근데 또 시간이 지나면 우리 냄비근성 대한민국 또 어디 못간다. 고새또 그 흡연부스들이 치워졌다. 다시 쓰레기를 줍고 질알을 떨어줘야 흡연부스나, 쓰레기통을 만들어 줄려나? 욕처먹는거 두렵지도 않다. 두려워 해야할 건 쓰레기를 나뒹굴게 만드는 걸 두려워해야지 않겠나? 

 영웅심리? 뭐 정치적 쇼? 절대 그런건 없다. 내가 욕하는 사람 들은 거의 당신들이 생각하는 강자들이다. 정치인, 의사, 제약, 건설사. 나한테 샹욕 처먹은 사람들이다. 훌륭한 정치인, 의사, 제약, 건설사도 있겠지만 내가 보고 겪고 느낀건 100분의 1도 안 됐다. 엮이기 싫다. 

 아무튼 나도 나이가 먹어가니까 서른살이 넘어가니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다. 왜냐면 어른다운 어른을 쫓다가 없다는 걸 알고 대가리가 깨졌다. 그래놓고 애들을 가르치는게 어른이다.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래놓고 애들을 나무란다. 본인은 어떤 자세와 태도로 생각으로 어른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걸까? 

 훈수라도 두지말라 당신 24시간 cctv 6개월간 촬영해봐라. 어디 완벽한 사람이 있나? 그래놓고 누굴 나무라지? 누굴 가르치지? 누굴 슈퍼비전을 준답시고, 누구 선배라고, 에효. 그냥 다들 반성들하자. 

 1년 간 해보고 느낀 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을 도모하는 사회에 놔져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신질환을 사용해서 본인 말을 잘 안 따라주면 병원에 입원시키고 하는 일들이 정치에도 사용되고, 가족간에도 사용되고, 질알들을 했더만. 

 그러니까 까딱하면 사람이 모이면 한 명을 병신으로 몰아가는 건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라. 

 아는사람? 가까운 사람? 제일 조심해야할 사람이다. 인간이란 그렇다. 내가 자세히 글을 썼는데 그것또 업데이트를 해야하겠지만 나는 학문적이고 고차원적이고 지적이고 내 커리어를 떠나서 그냥 말한다. 명예, 영웅 뭐 이런 단어 바라지도 않는다. 품격, 우아는 있는 것들이나 체면 차리려고 하는 것 같던데 이제보니 그런 것 또한 가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줍잖은 고품격을 논하는 사람의 삶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별게 없었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정작 본인의 삶에선 적용을 못하고 사는 사람이 태반이더라. 그런 사람들 한테 고개를 조아리고, 돈꼬를 빨고, 여왕은 없는데 시녀들이 없는 여왕들을 만들어 주는 그 꼴들이 웃겼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내 루틴은 이제 굳혀졌는데 밖에 비가 내렸다. 비가 온다고 산책을 안 나가자니 왜 그래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나갔다. 실은 비가 그냥 우산 쓰기도 뭐하고 안 쓰기도 뭐한 날씨라 나갔다. 

 한 두어바퀴만 돌고 올 생각이였는데 갑자기 비가 우수수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비를 맞게 되었다. 근데 이렇게 비를 있는 그대로 맞아본 적이 없어서 어줍잖게 모자 쓰고 가릴 바에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것처럼 비를 쫄딱 맞아버렸다. 나는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그치만 비오는 날엔 집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김치부침개에 막걸리 먹는걸 좋아하는데. 이게 아니면 차안에서 빗소리와 재즈 노래를 들으며 있는 걸 좋아하는데. 비 맞는건 싫다. 옷이 젖고, 빨래를 싫어하는 편인데 빨래도 해야하고 아무튼 근데 아무 생각안하고 쫄딱 맞았다. 

 처음이었다. 있는 그대로 맞아본 경험이. 그러니까 재밌었다. 신생아들이 하는 그 오감만족 같은거랄까? 어른이 되면 다들 꽁꽁감춘다. 비싼 것들로 꽁꽁 감추고 싸매고 그걸로 으쓱해들 하고 자랑을 하고 결국 쫄딱 벗으면 아무것도 없는건 매한가진데 내가 부자가 되어본 경험이 없어서 이러는 걸까? 여유가 없어서? 너 명품 못사니까! 지금 그러는거 아니야? 하겠지만 돈이 없어도 명품 사재끼는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다. 그 사치품. 애써서 번돈 골동품이 되어가는 그 물건들을 사두고 자랑질하는 남/녀들 사이에 끼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다. 

 대출은 받고, 고가품도 갖고는 싶고, 울 애기 좋은 것도 해줘야하고 남편아 돈좀 더 벌어와라. 남편아. 남편아. 와이프야 돈 좀 아껴라. 와이프야. 집안이 이게 뭐니. 그러고 치고 박고 싸우고. 또 인스타엔 뭐라도 올려야 되니 좋은 것들만 올리고 하나만 해라 하나만 피곤해 죽는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일이다. 일. 

다 큰 성인들이 도대체 왜 아직도 정신이 그 모냥인 걸까?)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 죽은 자는 더 이상 말이 없는 것처럼

억울해서, 학폭 피해자. 직장내 괴롭힘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자들아. 

절대. 죽지 마라. 선택지가 자살만 있는 게 아니라.

정이나 죽을거면 그 분노를 자신에게 푸는게 아니라

그 분노를 만든 사람에게 똑같이 총구를 겨누고 

죽어라. 어차피 죽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이왕이면 총구를 겨누고 겁만 줄게 아니라

이판 사판 공사판까지 다녀와라.

그 가해자가 정치적으로 높다고?

그 가해자가 집안이 어떻다고?

그건 절.대.중.요.치. 않다.

뒷일 생각하지 않냐고?

뒷일은 죽어서나 생각해라.

너가 엠비티아이가 J가 아니길 빈다.

어느 누가 뒷일 생각하고 일치냐.

그 가해자도 절대 뒷일따윈 생각하지 않는다.

개또라이를 상대할땐

개개또라이로 변신해줘도 무방하다.

선빵은 맞빵임을 잊지 말라.

맞빵도 못치고 어찌 살아가려는걸까?

깜빵도 다 사람사는 곳이다.

절대 죽지말고 차라리 깜빵을 가자.

질알은 필수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 웃긴 게 똑같이 해주면 아무 찍 소리를 못한다.

선빵은 내가 먼저 치지 않지만. 

역지사지로 좀만 하면 발작들을 한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그걸 안다.

너의 그 불안함.

어쩔 줄 몰라하는

그 모습에 더 동력을 얻으니까

절대 쫄지마라.

어차피 피차일반 목숨은 하나다.

목숨 두 개 처럼 구는 것들은

뒤에 뺵이 있나?

근데 그 빽이 에어백인지 명품백인지

부모 뺵인지 뭔 빽인지 몰라도

도른자들한테 중요치 않다.

그리고 그 빽도 터진다.

100%라는 건 없기 떄문이다.

그리고 애비던스.

증거 수집을 일상화하기위해선

녹음기와 캡쳐를 일상화해라.

번거롭지 않느냐고?

절대. 

어떤일이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

무전유죄 유전무죄 되는 세상에

억울한 일을 안 겪는게 최고지만

그런 상황을 안 겪을거라는 보장도 없기에

그렇게 해두면 

신기하게도 불안들 한지

절대 곁에 똥파리들이 안 달라붙는다.

다 도망가버린다.

웃기지 않는가? 하여간)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 내가 두려운건 그 종자들이 그 잘 못들을 잊고

또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게 두렵고

설사 그 잘못들을 잊고 산들

고대로 업보는 꼭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 자녀든, 그의 앞 날이든, 그러니까 정직하고 착하게들 살어라.)

(* 월급이 꼬박나오고 돈꼬빨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그 피라미드같은 구조를 반복하지 말어라.)

(* 녹취를 하고 기가막히게 알아버리는 그 태도들에

재미가 났다. 그 쪽 직원 관리는 그렇게 하는 구나 싶었다.

그러니 부리나케 직원용 메신저를 나가고 증거들을 지우기 바쁘고

말 맞추기 바빴나? 으휴 붕신들.. 평생 충성하고 그쪽 지역 잘 관리해라.

그래서 유지를 하고 확장을 했나 싶기도 하다. )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 만에 평온을 되찾다.

(* 언제 또 찾아갈지 모른다.

나는 참 궁금하다. 내 두 눈을 마주쳤을때 

과연 어떤 말들과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궁그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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