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스물 여섯 번째 이야기
의사는 나에게 당장 회사와 분리하라고 했지만
나는 내가 맡은 업무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렵다고 대답했다.
업무 중 간혹 발작 증세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비상 시 약으로 다스렸다.
병가 전 절차에 따라, 회사 임원과 면담 자리가 마련되었다.
“공황장애가 뭔가요?”
“부모님은 이 상황에 대해 뭐라고 하시죠?”
“원래 우울증이 있었나요?”
임원의 질문에 나는 담담히 대답했다.
그는 내가 공황장애가 있음을 미리 알았으면서도 찾아보지 않았고 불편한 질문들을 이어나갔다.
어느순간 마음속 깊이 눌러두었던 감정의 고삐가 끊어졌다.
그의 앞에서 나는 괴물처럼 울부짖으며 소파에서 일어나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숨이 끊어질 정도로 통곡을 했다. 나 스스로가 무서울 정도로 감정이 통제되지 않았다.
같이 있던 실장이 나를 부축해 데리고 나갔고, 나는 멈출 수 없는 울음 속에서
‘지금 당장 죽을 것 같다’는 생각만을 반복했다.
나의 발작은 지속되었고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 상태로 사무실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친한 동료에게 내 비상 시 약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발작이 온 내 모습을 처음 본 동료는 놀란 것 같았다.
상태가 진정이 되지 않아
결국 연차를 내고 그대로 차를 몰아 병원으로 향했다.
부모님에게 연락을 드렸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이후로 부모님과의 만남을 피했기에,
서로를 보는 것은 두 달 만이었다.
10kg 이상 빠지고 너덜너덜 해진 나를 본 엄마는 충격을 받았고, 나를 껴안고 울며 말했다.
“그때 미안했어. 그땐 네가 얼마나 힘든지 몰랐어.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