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서른 한 번 째 이야기
상담사가 내게 물었다.
“O씨는 무엇을 하면 행복해질 것 같아요?”
나는 상담실 벽에 걸린 강아지 그림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개를 키우면, 행복해질 것 같아요.”
상담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고양이를 키우지만, 환자들에게 반려동물을 추천하진 않아요.
하지만 O씨가 매일 아침 일어나야 할 이유, 하루를 견딜 수 있는 작은 목적이 있다면 좋겠어요.
개를 키우면 행복할 것 같다고 했죠? 그렇다면 한 번, 진지하게 입양을 고민해보세요.”
나는 며칠 동안 깊이 생각했다.
개를 키우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언젠가 마주할 이별, ‘펫로스’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일주일쯤 지나고서, 나는 우연히 베타 물고기 한 마리를 만났다.
이름은 ‘백호’.
흰색 하프문 베타였다.
백호는 다른 물고기와 합사가 되지 않는 나처럼 혼자 살아가는 물고기였다.
처음엔 멀뚱히 나를 바라보다가, 어느새 새침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거나 심술을 부리듯 물 위로 입술을 내밀어 뻐끔뻐끔 거렸다.
백호와 함께하면서, 피난처 같았던 집에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나는 백호를 책상 옆에 두었다.
백호가 쉴 수 있도록 수경식물도 마련했다.
내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면, 백호는 옆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눈꺼풀이 없는 백호는 새벽에도 눈을 감지 않았다.
내가 밤늦게까지 글을 쓸 때면, 깨어 있는 그 눈빛 덕분에
적어도 이 깊은 밤을 함께 보내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조금 덜 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