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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DIVE

2막 첫 번 째 이야기

by 라라클

"선생님, 이제 저는 다이빙 보드 끝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 것 같아요."


1년이라는 긴 병가를 마치고, 나는 나름의 결심과 용기를 가지고 회사로 복귀했다.


복귀와 동시에 부서가 바뀌었고, 예전과 비슷한 업무를 다시 맡게 되었다.

익숙한 일이었기에 적응은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내 마음과 몸이었다.

공황장애, 우울증, 불면증을 겪은 뒤 나의 뇌는 전처럼 기능하지 않았다.


집중력이 떨어졌고, 실수가 잦았으며,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어떤 날에는 무거운 추에 매달린 채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는 기분이 들어

도무지 몸을 일으켜 출근을 할 수 없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내가 앓고 있는 이 병은 단기간에 나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의사에게 회사 생활이 아직 너무 벅차다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의사는 내게 물었다.

“계속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의사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예전에는 O씨의 정신력과 자존감이 본인을 지켜주는 방패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이미 O씨는 자신의 에너지를 다 써버렸어요.

이제는 자신을 지키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해요.”


그 말을 들은 후, 나는 일단 지금의 내 상태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했지만,

반대로 굳이 예전의 나로 되돌아가야 할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만약 지금의 나를 받아들인다면

그동안 열심히 버텨온 20대와 30대의 내가

부정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 역시도 이제는 조금씩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남들은 끝까지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고들 했지만,

글쎄, 나에게 버티는 것은 답이 아니었다.

무조건 버티다 보니, 나는 어느 순간 방향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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