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세 번 째 이야기
약의 부작용으로 체중은 30kg 이상 불어났다.
그 사실조차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그만큼 내 몸과 마음에 대한 감각은 흐려져 있었다.
입을 옷이 없어 고무줄 바지에 티셔츠를 걸쳤고,
화장은커녕, 화장품도 유통기한이 지난 채 먼지가 쌓여 방치되어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
아니, 돌볼 수 없었다.
“내가 살아야 할 이유는 뭘까.”
부모님이 나 때문에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내가 사라지면, 슬픔은 남겠지만
그들의 고통을 덮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얽히고설켜 있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결국 무기력은 내 몸을 끌고 다시 어둠 속으로 데려갔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는 그 어둠으로.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백호의 수명이 2년이라면, 그쯤 나도 같이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