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다섯 번째 이야기
반려견을 데려온 다음 날부터였다. 편의상 ‘또복이’라고 부르겠다.
나는 매일 새벽 네다섯 시면 눈을 떴다.
4개월령이라고 해도 또복이는 아직 너무 어려, 하루 네 번 사료를 먹어야 했다.
그래서 새벽이면 어김없이 작은 울음으로 밥을 달라고 나를 흔들어 깨웠다.
아침을 먹고도 품에 안아달라 보채는 또복이를 감당하기 벅찬 날이 많았다.
어느 새벽에는 도저히 힘이 부쳐, 또복이를 안고 아파트 화단에 내려가 그대로 울어버렸다.
하지만 이상했다.
힘든 날들이 이어졌음에도, 또복이 덕분에 내가 침대 속으로 가라앉는 순간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어려도, 작은 생명 하나가 나를 붙잡아주고 있었다. 힘들더라도, 이 아이를 위해 나는 책임을 다해야 했다.
그때부터였다.
나의 마음은 온통 또복이에게 향했다.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머릿속에는 늘 또복이 생각뿐이었다.
회사에 쏟던 에너지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또복이에게로 옮겨갔다.
또복이가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또복이가 죽기 전까진 내가 살아야지.’
미래가 보이지 않던 그 때,
나는 또복이의 예상 수명인 15년을 기준으로
처음으로 나의 앞날을 상상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