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모리슨
내가 <컬러 퍼플>이 너무 좋았다고 하니까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이다.
<컬러 퍼플>이 노예 제도 폐지 이후에도 계속되던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라면 <빌러비드>는 노예 제도가 존재했던 시대의 참혹한 이야기이다.
생각해 보면 노예 제도가 폐지된 지도 정말 얼마 안 되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 아일랜드가 독립한 지도 얼마 안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밀란 쿤데라와 이사벨 아옌데의 책에서 동유럽 국가들과 남미 국가들도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까지도 이런 비극적인 사건들이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 그런데 너무나 빠르게 잊힌다는 것.
본문
한때 노예였던 여자가 뭔가를 저렇게나 사랑하다니, 무척이나 위험한 짓이었다. 특히 사랑하는 대상이 자기 자식이라면 더욱더. 그가 알기로는 그저 조금만 사랑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모든 걸, 그저 조금씩만. 그래야만 사람들이 그 대상의 허리를 부러뜨리거나 포대에 처넣는다 해도, 그다음을 위한 사랑이 조금은 남아 있을 테니까.
원하면 뛰어내려도 돼. 내가 붙잡아줄 테니까. 당신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붙잡아줄게. 필요한 만큼 당신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가도 좋아. 내가 당신 발목을 붙잡고 있을 테니까. 확실히 다시 나올 수 있게 해줄게.
그녀의 한가운데, 자신이 아닌 자신이 둥지를 튼 그 황량한 마음 한가운데에 이미 설움이 자리를 잡아버렸기에. 자식들이 어디 묻혔는지, 혹시 살아 있다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는 설움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사실 자신에 대해서보다는 자식들에 대해 더 잘 알았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발견할 수 있는 지도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방어하고 작은 것만 사랑했다. 하늘에서 가장 조그만 별을 골라 자기 별로 삼고, 잠들기 전에 구덩이 위쪽 틈새로 그 사랑하는 것을 보기 위해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채 자리에 누웠다. 사슬을 채우는 동안 나무 사이로 슬쩍 훔쳐보기도 했다. 풀잎이나 도롱뇽, 거미, 딱따구리, 딱정벌레, 개미 왕국. 그보다 큰 건 그게 뭐든 꿈도 꾸지 못했다. 여자, 아이, 형제 - 조지아 주 앨프리드 수용소에서 그렇게 큰 사랑을 했다가는 그들이 배를 갈라 활짝 뒤집어놓았으리라. 그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무엇이든 선택해서 사랑할 수 있는 - 욕망해도 좋다는 허가를 필요가 없는 - 곳에 도달하는 것, 그래, 그게 바로 자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