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기차역에서 깜빡 졸았습니다. 눈을 떠보니 이미 달리기 시작한 기차는 저 멀리 끝칸만 보이다가 이내 사라졌습니다. 당신은 주저앉아 울고 또 울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일어나서 눈 내리는 선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약속시간에 늦었을 수도 있지만 당신은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눈 오는 날 숲길 사이로 난 선로를 따라 걷는 낭만적인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어.”
당신은 걷고 또 걸었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칙칙폭폭 소리가 들립니다. 이윽고 두 번째 기차가 당신에게 매정하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매정하게 지나가버립니다. “더 역에서 기다릴걸…” 당신은 성급하게 역을 뛰쳐나와버린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만약 처음부터 두 번째 기차가 없었더라면? 당신은 하염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지금까지 울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당신은 다시 이 길을 따라 걸을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당신은 드디어 기차역에 도달했습니다. 그토록 도달하고 싶은 곳이었지만 막상 도달하니 뿌듯함보단 피곤하고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밖에 들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가 허무하기만 합니다. 당신은 터벅터벅 외로이 택시승강장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그런데 그곳에 한 사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약속시간에 늦어 다른 친구들은 모두 돌아갔지만 그만은 당신을 생각해 꼭두새벽까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모임에서 몇 번 스쳐 지나가듯이 본 얼굴, 특별히 친하지도 사이가 나쁘지도 않았던 그의 손을 잡으니 날이 추운데도 따뜻하고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당신은 아무래도 오늘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WiJxzj6i74s?si=bdZMCiQr1LGAoEV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