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고합니다] 유료 멤버십 오픈에 대하여
1. 자신의 글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유료화 서비스를 반기지 않는 작가는 드물 것입니다. 허나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작가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방향성이 올바른 것인가 다시 생각을 해야 한다는 방증입니다.
2. 멤버십은 한 작가를 유료 구독하면 그 작가의 유료 연재분을(그리고 모든 무료 컨텐츠를) 볼 수 있게 하겠다는 서비스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틀림이 없다는 전제에서 다음의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3. 먼저 독자의 입장입니다. 대부분의 작가(당연히 저도 포함입니다)는 여러 가지 카테고리의 글을 씁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모든 카테고리의 글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카테고리의 글에만 관심이 있다면 유료 멤버십이 표방하는 유료 구독 작가의 ‘다른 모든 컨텐츠’란 노이즈에 불과합니다. 유료 결제의 메리트가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4. 이런 노이즈를 끼고 구독을 한다고 치면, 작가 한 명당 3,900원의 구독료를 전제할 때 10명만 구독해도 39,000원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개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부담감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이미 필수재가 되어버린 통신료와 비교하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한 달에 39,000원의 구독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즉 보통의 사람에게는 10명 이상을 구독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5. 다음으로 작가의 입장입니다. 저도 글을 쓰는 입장이지만 제 글이 유료 결제의 가치가 있는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물론 짧은 글이지만 깊은 고민이 담기거나 하나의 문장을 다듬는데 한 시간을 머리를 쥐어짜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개별 카테고리에 동일한 고민을 기울이는 것도 아니며, 모든 글에 동일한 노력을 쏟아붓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6. 물론 매거진의 글보다는 (연재) 브런치북에, 브런치북보다는 유료 멤버십의 글에 더 많은 고민을 담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시리즈글에도 동일한 고민과 가치가 담기지는 못합니다. 거기다 이 고민의 크기는 작가마다 또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글을 묶어 일률적 잣대로 가치를 매기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그리고 바람직한 결과를 낼 것인가?에 큰 의문이 있습니다. (결국 개별글로 분산될 수 있는 유료화의 가치가 작가라는 묶음으로 집중되어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7. 결론적으로 개별적인 글의 가치를 작가라는 묶음으로, 연재글이라는 묶음으로 유료화하는 것을 지금이라도 재고하고 먼저 개별글의 가치를 독자에게 판단받아 연재글의 구독으로 유도하고, 구독으로 검증받아 작가의 팔로잉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유료 모델을 개별 글을 읽을 때 지불하는 방식(쉽게 말해 웹툰 모델입니다)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8.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1) 최신 글이 공개될 때, 시간을 맞춰 찾아오는 구독자의 노력을 비용으로 인정하고 무료로 공개합니다(이 독자층이 가장 강력한 바이럴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신규 유입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 그럼에도 이것은 작가님들의 선택사항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2) 무료 공개 기간(예를 들어 하루 정도가 될 수 있습니다)이 경과하면 그 글의 전반부만 공개로 전환합니다(전체 읽기 유료).
3) 이때 개별글의 공개료는 100~ 500원 정도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한 편의 최소 분량을 작가에게 지정해줘야 합니다. 독자가 예상하는 분량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 사용자 경험을 크게 해칠 수 있습니다)
4) 연재 글의 초반부 일부의 글(대략 3~7개)은 무료로 공개할 수 있습니다(선택사항: 하지만 무료의 경우, 신규 유입자가 최신 글을 읽고 난 다음, 구독으로 전환할지를 결정하게 해주는 강력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5) 독자가 연재글을 구독하면, 글을 전체 공개해 주며(앞으로 연재될 글 포함) 개별글을 구입할 때보다 30~50% 정도의 할인을 해줍니다. 연재글 전체의 구입(혹은 임대) 비용은 작가가 결정하되 가급적 동종의 전자책 가격의 가이드를 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6) 연재가 완료되면 그 글을 브런치에서 전자책으로 발간합니다(지금 브런치북으로 보여지는 상태에서 결재만 되면 됩니다). 개별글을 미리보기 할 수있고, 개별글을 구매할 수 있으며, 글 묶음(책) 전체를 브런치 내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7) 따로 전자책 발간을 위해 움직일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출판사에서 출판을 하고 싶다면 따로 계약을 하고 브런치에서도 전자책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다만 브런치에서 판매되는 경우에는 출판사와의 계약대로 수익을 나누되, 브런치는 커미션을 받는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8) 이 방식이 작가에게 개별글에 쏟는 정성을 크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브런치글의 상향 평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생각합니다.
9. 그리고 이 독자는 외부에서 유입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브런치는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기 대단히 어렵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아닌 사람들이 더 쉽게 새로운 작가와 글을 발견할 수 있도록 개편이 필요합니다. 특히 1) 플랫폼 에디터의 픽업이나 2) 작가 상호 간의 교류활성화가 글을 밀어올리는 시스템 이외에 외부 독자의 활동이 글을 밀어올리는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1)의 경우가 주력이 되면 브런치 전체의 취향은 에디터의 취향을 넘지 못합니다. 브런치에 기술적, 학술적 글과 작가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가 이것입니다.)
10. 브런치팀은 ‘작가는 품질 좋은 글을 쓰는데 집중하라, 독자는 플랫폼이 끌어오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줄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 안에 있는 사람조차 새로운 글과 새로운 작가님을 발견하는 것이 힘들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같은 글을 브런치와 커뮤니티에 동시에 게재했을 때, 1/10, 심지어는 1/100의 조회수를 보이는 것을 보면 정말, 정말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11. 이 고민은 새로운 글쓰기 플랫폼에 대한 아이디어로 이어졌습니다. (책리뷰 커뮤니티 + 전자책 제작/판매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