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고합니다] 사실 이번 글은 고하는 내용은 아닙니다만..
1. 이번에 연재 브런치북을 시작하면서, 매거진에 발행했던 글이 연재 브런치북에는 옮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기존에 발행되었던 글은 발행을 취소해도 연재 브런치북으로 이동할 수가 없군요. (일반 브런치북으로는 이동이 가능한데, 이 방식은 글이 노출될 기회가 아주 적습니다.)
2. 아마도 브런치팀의 의도는 연재 브런치북을 통해 새로운 글의 발행을 촉진하는데 최우선의 목표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글이란 정기적으로 뚝딱 써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글 쓰는 기계가 아니니까요. 계획표대로 글이 써지는 것을 바라는 건 누구보다 글 쓰는 본인일 겁니다.
3. 글을 쓰기 위해 보통은 1) 생각을 하다가 2) 착상이 떠오르고 3) 자료를 뒤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인지 기존에 있던 것인지, 또는 있더라도 얼마나 같은지를 검토하고 4)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부각해서 글로 옮기고 5) 퇴고하고의 루프를 반복적으로 돌립니다. 몇 번에 끝날지는 자신도 알 수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나라도 누락되거나 충실하지 못하면 그냥 부실한 글이 나옵니다.
4. 따라서 연재 일정을 맞추려면 발행 예비글을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작가의 서랍‘에서 ‘저장된 글’이란 분류는 예비글을 준비해 두는 보관소겠죠. (만약 이것이 맞다면 신입 작가님들이 알 수 있게 글쓰기 플로우에 맞춰 설명을 해줘야 합니다) 그러나 그럼 초고가 완성된 후 본인의 검토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5. 작가님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서 굳이 혼자만의 글쓰기를 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타인의 글에 대해서 의견을 공유하며 글이 발전해 나가는 경우를 상정하지 않은 것이죠. 사실 저는 매거진의 글이 그런 기능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글을 매거진에 쌓으면서 댓글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글을 다듬고 완성도가 생겼을 때 (연재) 브런치북으로 옮기는 식이죠.
6. 그런데 매거진에서 브런치북으로는 글이 이동되지만 연재 브런치북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은 좀 이상합니다. 글쓰기 플로우를 무시하면서 작가들의 글발행을 독려한다는 것이니까요. 책쓰기의 플로우를 그대로 따라가는 서비스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매거진의 글을 숨기고 같은 내용의 글을 연재 브런치북에 발행할 수는 있는데, 라이킷과 댓글이 단절되는 것이 못내 가슴 아픕니다)
7. 연재 브런치북의 글을 모아 보여주는 메인페이지에 보여지는 글은 항상 새 글이어야 한다는 의도인 것 같은데 그럼 연재 브런치북 말고도 매거진의 글을 연재 브런치북의 글처럼 볼 수 있는 페이지 구성이 필요합니다. 매거진에 발행되는 글과 연재 브런치북에 발행되는 글의 접근성이 아예 다릅니다. 또 연재 브런치북 글을 노출하는 페이지에 매거진에서 옮겨진 글이 노출되는 것이 싫다면 글 발행 시점을 필터링해서 얼마든지 가려줄 수 있습니다.
8. 글이 전자책으로 묶여서 독자에게 판매되기 전의 글이라면 어떤 카테고리로든 이동이 가능하고, 글의 순서도 자유로이 변경할 수 있고, 내용의 수정이 가능한 것. 이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수정된 글의 최종 상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수정 이력을 통해 버전관리가 되는 것이 기술적으로 구현의 난이도가 그렇게나 높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9. 그러니 글을 독자에게 일반 공개하기 전에 작가님들에게만 선별적으로 공개해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은 사치겠죠. 연재 브런치북을 시작하면서, 브런치가 작가 중심의 커뮤니티라기보다는 에디터 중심의 커뮤니티가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어서 조금은 아쉽군요.
10. 전자책 편집기능(깃허브 정도가 되려나요) + 작가/독자의 커뮤니티(글발행이 가능하면 작가, 댓글만 쓸 수 있으면 독자 정도?)+ 전자책 판매 플랫폼(웹툰 판매 방식)의 기능을 모아둔 서비스는 꿈같은 일일까 하는 상상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