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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eighteen?

아이리쉬 커피(Irish coffee)

by Elia

저녁 시간을 넘은 어둑해진 시내 거리를 십여분 걸었다.

환하게 불이 밝혀진 건물의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 올라가자 시내의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큰 통창문 펼쳐졌다.

친구들과 도착한 곳은 23층 라운지 바(Bar).

캐나다 유학 생활 시작한 지 보름 만에 향수병(homesickness) 증세를 알아챈 친구들에 의해 끌려 왔다.

기숙사에서 져지(일명, 츄리닝)차림에 스니커 신고 화장도 안 한 나와 달리 눈에 띄게 멋지게 차려입고 밖에서 놀다 온 친구들 온 인생 처음 바(Bar)다.

입구에서 금발의 잘 생긴 남자 직원이 친구들의 예약을 확인하고, 에스코트해 준 테이블은 창가 옆자리로 멋진 시티뷰였다.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프랑스의 가르송(Garçon) 같은 기품 있는 다른 직원이 나에게 와서 정중하게 물었다.

" 저, 실례지만, 신분증 지참하고 계신지요. "

그에게 되물었다.

" 왜 그러시죠?"

난 혹시 이곳이 드레스코드 필요한 것이 아니었나 순간 흠칫 놀랐다.

" ,성인이신가요?(Are you over eighteen?) 연령 확인 가능할까요?"

' 아???'

일행들이 일제히 손뼉을 치며 웃었다.

" Elia, 오늘 네 생일 해라!(Just make today your day!)"

난 지갑에서 학생증을 꺼내 그에게 주었다.

학생증을 확인한 그 남자 얼굴이 빨개졌다.

" 정말 감사합니다."

그것을 두 손으로 돌려주며 가볍게 목례를 하고 돌아갔다.


맥주를 마시며 안주를 기다리는데, 바 카운터에 있던 바텐더가 내 앞에 글라스와 커피를 올려놓았다.

" 어.... 저, 이거 주문 안 했는데요?"

" 아... 이건 아이리쉬 커피입니다. 당신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설명인즉, 손님을 미성년자로 착각한 실례를 아이리쉬 커피로 대신하고 싶다는 것이다.

한 줄로 길게 깎아내린 오렌지 필을 커피가 든 글라스잔에 늘여 뜨린후 거기에 위스키를 조심히 내린다.

그리고 단 몇 초, 토치의 불이 오렌지에 붙더니 커피잔 위에 파란 불꽃이 미끄러지듯 타고 가 커피 향과 위스키 향이 공중에 퍼져갔다.

" 이게 진짜 아이리쉬 커피지...."

부모님이 영국인인 친구가 조용히 말했다.

고등학생 때 시험기간에 처음 마셔본 인스턴트커피를 시작한 나의 커피 인생에서 지금껏 맛본 적 없는 커피 칵테일이었다.

잘 내린 커피는 위스키의 숙성된 향에 취해 전혀 다른 음료로 변신 버렸다.


약간의 달달한 오렌지 맛 뒤에 위스키의 향이 혀끝을 자극하다 마지막으로 커피의 맛이 조화롭게 넘어간다. 그야말로 알딸딸한 기분이었다. 외국 생활을 시작한 긴장감과 미래에 대한 조급한 마음이 사라지고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커피와 알코올의 칵테일은 종류가 많다.

커피는 잠을 깨우고 몽롱한 정신을 각성시키기 위한 것이고 알코올은 본인이나 주위의 무드를 맞추기 위한 음료라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가끔 커피바, 카페, 레스토랑 등에서 메뉴에 아이리쉬 커피가 있다면 주문해 본다.

대부분 깔루아나 베일리스 같은 커피 리큐르를 방금 내린 커피 위에 따라 이층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조금 더 돋보이게 크림을 얹어 제공하는 곳도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리쉬 커피는 잔 아래 브라운 슈가를 한티스푼 정도 넣고 그 위에 블랙커피 내린 것, 또 그 위에 위스키를 젓지 않고 따른 후, 휘핑크림을 올리는 방식이다.

Irish Coffee – Slainte! (Cheers)



어른들의 커피 위에 어른들의 위스키.

또 다른 어른의 맛이다.

마지막 한 모금은 글라스 안의 조금은 곱게 갈린 Crystal sugar의 달콤함으로 어른들의 피곤함을 달래준다.


와인 바에 이어 위스키 바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별로 없, 위스키를 잘 아는 지인과 시내에 생긴 위스키바를 가 보았다.

입구 사람들이 제법 많이 붐볐다. 메뉴 간판을 훑어보았다. 전문점이니 혹시 그 커피 있을까?

취하고 싶은 기분은 아니지만, 만약 그때 친구들이 곁에 함께 있다면 웃으며 말하고 싶다.

Are you over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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