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E REPORT EP2. 오롤리데이 김상민 CBO
브랜딩을 잘하려면 불안함을 이겨야 해요.
최근 인사이드아웃2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속의 '불안이'캐릭터를 보며 공감을 했기 때문인데요.
'불안'이라는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고,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이 뱅뱅도는 감정을 이겨낼 수 있어야지만 성공하는 분야가 있었습니다.
바로 브랜딩인데요.
AND는 따뜻하고 아늑한 성수의 한 스튜디오에서
상냥하고 나긋한 말투를 가진 일잘러를 만나
'찐팬을 만드는 브랜딩의 비밀'을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1년 차 브랜드 마케터 김상민이라고 합니다.
배달의민족에서 10년 동안 마케터로 일을 했고요.
최근에는 오롤리데이라고 하는 작지만 단단한 브랜드에 브랜딩을 총괄하는 CBO로 합류하면서
어떻게 보면 마케터로서는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웃음)
근데 저희는 작은 회사라서요 (웃음)
CBO긴 하지만 제가 합류한 지 이제 3개월 됐거든요.
어떻게 보면 회사에서는 막내예요.
그래서 구성원들 이야기를 더 귀담아듣고,
오롤리데이에 대해 배우면서 적응해가고 있는 중입니다 ㅎㅎ
뽑아먹겠다?
> 그러고 싶어서 모신 것도 있습니다. (웃음)
그럴 수 있다면 영광이죠 (웃음)
전문가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고요 (웃음)
왜냐하면 모든 브랜딩이나 마케팅이 다 그렇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사실 브랜딩은 좋은 조직 문화의 산물이고,
팀 플레이의 결과물이거든요.
저 혼자 다 하고 그랬던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지난 10년 동안 팬덤을 어떻게 늘릴지 끊임없이 고민해왔기 때문에,
이걸 보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사실 상민님은 10년 동안 배달의민족에서 마케터로 지내오신 분이자,
배달의민족 팬덤 '배짱이'를 위한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의 팀장이기도 했습니다.
'주간 배짱이'는 어떤 프로젝트였을까요?
배달의민족에서 상민님의 커리어를 들어 보았습니다.
배달의민족에는 국내 브랜드 최초로 만들어진 팬클럽,
'배짱이'가 있었어요.
배짱이는
1기, 2기, 3기...
팬클럽 형태로 매번 새로운 기수를 뽑으면서 운영을 해왔죠.
팬클럽은 보통 정형화되어 있잖아요.
특정 기간에 팬을 모집해서 선발하고,
또 같이 어울려서 재밌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같은 포맷을 반복하다보니
몇 가지 문제가 축적되고 있었어요.
기존 기수와 새로운 기수의 융화가 그 중 하나였고요.
또 배달의민족이 빠르게 성장하다보니까
초반에 유입된 팬분들은 배달의민족의 B급 정서, 키치함, 언더독스러움을 좋아하셨지만,
4년이 지난 후 유입된 팬분들은 유니콘 기업으로서의 배민, IT 대기업으로서의 배민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저는 팬클럽이 구심력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근데 다양한 니즈의 분들이 팬클럽에 문을 두드리시니까
'우리가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되지?' 이런 고민도 있었어요.
그리고 결정적인 계기는 팬데믹이었죠.
팬과 브랜드가 만나고 서로 어울리고, 밍글링 하는 데에 있어서는 '오프라인 만남'이 정말 중요한데
그게 불가능해진 거죠.
그래서 그 해결책으로 뉴스레터 '주간배짱이'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때 당시 기존엔 광고로만 취급받던 뉴스레터가
슬슬 올라오는 시기였어요.
'뉴닉'처럼 말이죠.
당시에 제가 특히 눈여겨 본 뉴스레터는
개인 창작자인 이슬아 작가님의 '일간 이슬아'였는데요.
지금은 이슬아 작가님이 워낙 젊은 세대에게 아이코닉한 존재이지만,
그때는 신인작가셨거든요.
'뉴스레터'라는 새로운 연재 방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주었고,
그게 사실 이슬아 작가님의
초기 팬덤을 단단하게 구축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걸 한번 배짱이에 도입해보면 어떨까?'
'비대면이지만 더 자주 소통하고,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취지를 갖고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게 참 고민이었어요.
어떤 분들은 '그걸 왜 고민해?'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저도 처음엔 브랜드 소식이나 이벤트를 알려주면 되겠지 생각했거든요.
유튜버들이 항상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 해달라고 외치잖아요.
그거 클릭 한 번이면 돼요.
근데 사람들이 죽어라고 안 하니까 계속 얘기를 하는 거죠.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과정도
생각해 보면 엄청 번거로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을 했다는 건
'SNS에서 볼 수 없는 무언가를 원한다'는
니즈가 반영되어 있는거죠.
그래서 SNS에서 다루지 않는
무대 뒤 이야기를 다루자 생각해서 '배민 B하인드'라는 코너를 기획했어요.
그리고 3년간 '주간배짱이'를 지속하면서
SNS에 올라올 법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라는 기준이
콘텐츠 기획회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어요.
'블로그에 올라가도 어색하지 않은가?'
'인스타그램에 올라가도 어색하지 않은가?'
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고,
맞지 않는다면 무조건 리젝하고 다시 기획했어요.
이것도 사실은 기존의 팬분들이 늘 원했던 거였어요.
이미 SNS도 다 보고 있고
새로운 기능도 홍보하기도 전에 먼저 써보시는 분들인데
그런 분들한테 굳이 똑같은 얘기를 할 필요가 없죠.
또 고려했던 점이 있는데,
'지속력' 이었어요.
뉴스레터는 기본적으로 호흡이 길잖아요.
그래서 한 번의 폭발력 보다는 모아놨을 때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소재거리를 찾아나섰어요.
그게 배민은 사실 음식이었죠.
그래서 음식 에세이 코너인 '요즘 사는 맛'
요즘 사람들이 뭘 먹는지 소개하는 '신제품 연구소'
다양한 음식 취향에 대해 다루는 '취존 연구소'
이런 코너들을 만들면서
3년 동안 계속 매주 할 수 있는
지구력을 갖추는 데 주안점을 뒀어요.
팬덤이 있다는 건 브랜딩을 잘하고 있다는 증표라고 생각해요.
요즘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정말 많죠.
제가 이 직업을 택한 이후로
가장 그 얘기를 많이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
'브랜딩을 꼭 해야 될까?'
'이게 효과가 있을까?'
'이거 ROI도 안 나오는 것 같은데?'
이런 의심도 분명히 하실 거고
저도 그 질문은 스스로한테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브랜딩의 목적이 뭐고, 왜 해야 되지?
근데 지금까지의 제가 내린 답은
대체되지 않는 브랜드가 되는 게 브랜딩의 목적 같아요.
일상의 언어로 바꾸면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함인 거죠.
그런데 우리는 어떤 대상이나 특정 존재한테
일방적인 사랑을 보내는 이들을 팬이라고 부르죠.
그래서 결국 팬덤이 있다는 건
브랜딩을 잘하고 있다는 지표라고 생각해요.
팬덤이 있는 브랜드에서 일한다는 건
마케터로서 정말 행복한 일일 것 같습니다.
팬덤이 있는 브랜드이자
유니콘 IT기업인 배달의민족에서
오롤리데이로 이직하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AND는 상민님의 마케터로서의 새로운 챕터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직업인으로서의 호기심이라고 할까요?
제가 배달의 민족에서 팬덤에 대해서 고민하는 팀의 리더로서 있었다 보니까
브랜딩의 다양한 영역 중에서
저는 '팬덤'을 디깅 해보고 싶었어요.
두 번째 이유는
제가 11년 차이다 보니까
이제는 실무보다는 매니징의 경험을 쌓아보고 싶다는 니즈가 생기더라고요.
물론 여전히 실무 너무 좋아하고 욕심도 많지만
한 브랜드의 브랜딩 생태계를 만들어보고 싶다
하는 욕심이 생긴 찰나에
오롤리데이가 마침 제안을 주셔서 이직하게 됐어요.
오롤리데이는 10년 간 팬을 쌓아온 브랜드였고,
CBO라는 자리를 주셨기에
2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거든요.
제가 평소에 좋아하던 브랜드이기도 했고요. (웃음)
큰 고민 없이 이직을 결정했고 이제 3개월 째 다니고 있습니다.
오롤리데이는 당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파우치, 다이어리, 가방 등등 다양한 일상 속 제품들을
직접 기획, 제작, 판매하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이고요.
성수동과 스타필드 수원점에
행복을 파는 행복 큐레이션 편집샵 해피어 마트를 운영하고 있어요.
또 너무 귀여운 캐릭터 IP인 못나니즈를 활용해서
다양한 브랜드들과 콜라보도 진행하고, 자체적인 콘텐츠도 만들고 있습니다.
오롤리데이는 10년 동안 꾸준하게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제품을 만들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왔어요.
그래서 브랜드 특유의 정서가 있어요.
약간 ENFP 같달까요?
그런 정서를 좋아해 주시고 반응해 주시는 분들이 꾸준히 있어 왔고요.
근데 합류를 해서 놀랐던 게 분명히 팬덤이 있는 브랜드인데
정작 만들어가는 분들이 그 팬덤의 정체를 잘 모르시더라고요.
왜냐하면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팬들을 위한 큰 행사를 진행해본 적도 없으니
팬들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몇 살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이런 걸 전혀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합류하고 나서 가장 먼저 했던 작업이
팬덤을 좀 더 구체화해 보는 작업이었어요.
아예 팬덤하고 한번 만나보자
라는 취지로 '웰컴 투 행복도'라는 팬밋업 행사를 기획했죠.
지난 7월 5일에 저희 오피스에 40분 조금 넘는 찐 팬들을 모셔서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재밌게 노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웃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오롤리데이가 지난 10년 동안 탄탄하게 팬덤을 쌓아왔지만
정작 그분들하고 오피셜하게 만난 적은 없었어요.
근데 저희가 올해 또 10주년이거든요.
그래서 10주년을 기념하면서 브랜드 최초로 팬밋업 행사를 한번 해보자! 라는 취지로 하게 됐어요.
'그날만큼은 근심 걱정 다 잊고, 그냥 만나서 재밌게 놀자!'는 의미의 행사인데요.
찐팬에게만 허락된 섬 행복도로 찐팬들을 초대합니다
라는 형식을 갖고 오픈했죠.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이걸 몇 명이나 신청할까?
오롤리데이 팬들이 조금 '샤이하다'는 의견도 많았거든요.
다행히 거의 100명에 가까운 분들이 신청을 해주셨고,
그 중 42분의 해피어분들과 즐겁게 행사를 진행했어요.
실제로 만나보니 샤이할거라는 예상과는 달랐어요.
저희가 '리조트룩'을 드레스 코드로 잡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과한 열정을 보여주시더라고요.
텐션도 엄청나셨고요.
어떤 분들은 손편지, 선물도 주셨고요.
너무 감동이었어요.
끝나고 나서 진행한 설문조사에는
최고의 하루였다
몇 년 동안 좋아했던 오롤리데이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구성원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내가 가꾸고 있는 브랜드를 사랑해주는 분들을 실제로 마주하고
그 분들과 같이 어울리고, 즐긴 덕에
마케터로서 최고의 효능감을 느낀 하루였어요.
사실 제가 관심법이 없어서 (웃음)
구성원들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반반이었던 것 같아요.
흥미로우면서도 '누가 올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던 것 같아요.
제가 이직하고 팬밋업 행사를 제일 처음으로 했는데,
사실 조금 의도한 것도 있어요.
팬밋업 행사의 타겟이 팬분들이기도 하지만
사실 첫 번째 타겟은 내부 구성원이었거든요.
내부 구성원들에게 팬들의 실체를 직접 보여주고 싶었어요.
내가 만든 제품을 사랑하는 사람을
실제로 대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면
일을 다루는 태도 자체가 바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초반의 긴가민가한 반응이 '오히려 좋아'였던 것 같아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팬덤의 존재를 알리고,
구성원들의 효능감을 높여주자!
그런 방향성을 갖고 이 캠페인을 기획했습니다.
저는 일부러 모든 구성원을 행사에 참여시켰어요.
전사 행사로 바꿔서
홍보부, 오락부, 운영본부, 통솔부, 미화부 이런 식으로
모든 직원들이 크고 작은 역할로 다 기여할 수 있게 했죠.
그런데 그냥 일만 늘어난다고 느낄 수 있잖아요.
그래서 팬밋업 전에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웰컴 투 행복도'를 진행했어요.
워크샵으로 해서
남 좋은 일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다 즐기는 행사다
라는 느낌을 주고자 했죠.
구성원용 프로그램도 따로 짜고요.
> 영상을 봤는데, E만 모인 줄 알았어요. 에너지가 엄청나던데요?
사실 구성원 중에는 I도 많았어요.
저 또한 극내향인이고요.
그렇게 좋은 에너지가 나왔던 건
억지로 끌려온 일이 아니라
내가 기획한 프로젝트에 놀러왔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구성원을 대상으로 익명 설문조사도 진행했는데,
지금까지 참여했던 어떤 전사 행사 중에 가장 효능감이 높았다.
는 평을 받을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이 기조는 계속 이어갈 것 같아요.
브랜딩은 자기다움을 유지하는 용기가 필요해요.
그렇다보니
불안을 견디는 힘이 있어야
브랜딩을 잘할 수 있거든요.
그 힘을 만들어 주는 게 내부 구성원의 지지예요.
자기소개에서 말씀하셨듯
브랜딩에서는 '개인'보다 '조직'의 힘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브랜딩을 지속하려면
불안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하고
불안을 이겨낼 수 있으려면
내부 구성원이 지지를 해줘야만 한다는 건데요.
내부 구성원의 지지와 몰입은
'불안을 이겨내는 힘' 외에도
다른 효과도 불러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를테면 '집단 지성' 같은 것 말입니다.
많죠.
배달의민족에서 진행했던 '잡지테러'를 예로 말씀드려 볼게요.
저는 그게 배민 브랜딩의 정수라고 생각해요.
잡지테러는
매달 하나의 잡지를 선정해서
그 잡지를 볼 법한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문구를
잡지 광고 형식으로 싣는 캠페인이에요.
이런 카피들이 있었죠.
많은 분들이 이런 카피를 누가 쓰나 궁금해하시는데,
정답은 구성원 모두가 쓰는 공동 창작물의 결과예요.
담당자가 공지를 합니다.
다음 달 잡지는 씨네21로 결정이 됐습니다!
그러면 그 아래에 카피가 막 달립니다.
마케터도 댓글을 쓰고, 디자이너도 쓰고, 개발자도 씁니다.
마케터가 제일 잘 쓰지 않냐라고 한다면 의외로 또 아니에요.
잡지라는 건 특정한 그룹이 보는 매체다보니
특정 문화의 컨텍스트를 잘 이해하는 덕후들이 있거든요.
덕후들만 아는 아이디어를 발휘를 해서
너무 좋은 카피를 내고 이러다 보니까
좋은 카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런 건 배민스럽지 않구나
이렇게 쓰니까 채택이 되는구나
하는 스터디도 되고,
'배민다운 카피라이팅'이 전사적으로 체득되는 거예요.
뿐만 아니라 채택되게 되면 효능감도 얻을 수 있고요.
그렇게 브랜딩을 만들어가는 한 명의 조각이 되는거죠.
이렇게 듣고 보니
내부 구성원의 지지는 정말 엄청난 일인 것 같습니다.
캠페인의 결과도,
결속력도,
구성원의 효능감도 높여주며,
브랜딩 DNA를 모두에게 심어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 같은 느낌인데요.
하지만 하루 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이자
각자의 역할과 직무가 있는 내부 구성원들에게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AND도 내부 피드백을 받기 쉽지 않았던 과정이 떠올랐는데요.
어떻게 하면 내부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보다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그런 도시 괴담이 많잖아요.
상사가
솔직하게 말해봐
라고 말하면 아무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죠.
가장 중추적인 이유는
내가 의견을 내도 반영이 안 되기 때문이에요.
결국 그냥 몇몇 의사결정자의 입맛대로 가기 때문이죠.
그래서 참여를 잘 이끌어내려면
합리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거치는 게 중요해요.
'어차피 안 될 거 뭐하러?'
라는 생각을 주지 않는거죠.
예를 들면 배달의민족의 잡지테러 같은 경우에도
대자보를 설치하는 등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어요.
직급에 따라 무게가 더 실리지 않고,
누가 썼더라도 좋은 카피면 선택을 했죠.
그 덕에 구성원들의 신뢰를 쌓을 수 있었고,
하나의 사내 문화로 자리잡게 됐죠.
많은 대화를 통해
브랜딩을 잘하는 조직의 특징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요.
AND는 팬덤을 만들고 싶은 브랜드들이
가장 염두해야 할 포인트가 무엇인지
항상 상기할 수 있는 키워드로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절대 하지 말라고 하는 카피가 있어요.
~하고 ~받자
예를 들면 '리뷰 쓰고 쿠폰 받자' 이런거요.
그리고 에어팟 경품으로 주지 말라고 하고요.
그런 건 대기업들이 하는 방식이거든요.
대기업은 광고비도 많고, 채널이 많기 때문에
평이하고 뭉툭해도 쫙 풀면 돼요.
작은 브랜드는 그런 상투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으로 브랜딩해서는 안 돼요.
그거는 질 게 뻔한 전쟁터에 가는 거예요.
그럼 우리는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전쟁터에서 우리가 이기는 방식의 싸움을 해야 되겠죠.
즉,
우리만의 고유한 매력을 갖고,
사람들 마음에 폭발력을 일으켜야 해요.
소위 '덕통사고'라고 하죠.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거하고는 좀 달라
나한테 너무 꽂혀
완전 내가 타겟이잖아?
이게 저는 팬을 만드는 시작점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덕통사고를 통해 생겨난 파편적인 팬을
한 데로 뭉치는 구심점을 만들어줘야겠죠.
이게 가장 정석적인 브랜드가 팬덤을 구축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배달의민족도, 오롤리데이도
'자기다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팬들이 결속할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들줄 아는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구심점'을 만드는 기회가 아무 브랜드에게나 주어지진 않을 것 같았습니다.
'웰컴 투 행복도'와 같은 행사를 자주 들어보진 못했기 때문입니다.
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일단 팬이 있는 브랜드가 그렇게 많지가 않죠.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팬이 있으려면
그 브랜드만의 고유한 무언가가 있어야 돼요.
그리고 그걸 또 오래 지속해야 하고요.
'자기다움'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지만 팬이 생기는데,
그런 용기를 가진 브랜드가 많지 않다보니
'웰컴 투 행복도'처럼 어떤 브랜드가 팬과 만나는 행사를 자주 접할 수 있는 건 아니죠.
'팻 플린'이라는 사람의 팬덤 피라미드라는 이론이 있어요.
그게 간단하게 요약하면 어떤 브랜드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을 다 모아두면
피라미드 형태의 계층이 만들어진다는 거거든요.
가장 밑에는 그냥 알고만 있는 사람일 거고
점점 위로 올라갈수록 팬심이 더 깊은 사람들이겠죠.
소위 '팬'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서면
나랑 비슷한 사람 없나?
하는 심리가 작동해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대요.
그걸 가장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게 아이돌 팬클럽이죠.
물론 여러가지 혜택 때문에도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느끼는 '동질감' 때문이 크죠.
'동질감'을 느끼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 중 하나거든요.
그래서 어떤 브랜드가 팬덤을 만들고 싶다면
'결속력'을 만드는 구심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거죠.
그러면 자기와 비슷한 존재를 알게 되겠죠.
그러면 팬심도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게 되고 그 안에서의 시너지가 나요.
커뮤니티가 형성이 되면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 할 수 있는 것들 파생이 되겠죠.
오롤리데이의 '웰컴 투 행복도'는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팬을 하나로 묶는 자리를 만들어 준거예요.
저도 그 질문에 뭔가 떳떳하게 답을 할 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철저하게 준비했다기 보다는
어쩌다가 마케터가 된 케이스거든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정말 무언가를 좋아했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어떤 키워드를 딱 말했을 때, 딱 저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
그 정도로 몰입했던 경험이 마케터를 10년 하는 데에 큰 원동력이 됐어요.
브랜딩은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에요.
이건 머리로 알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일부는 공부로 할 수 있겠지만,
직접 경험하면서 체득하는 게 크다고 생각해요.
연애를 학원 다닌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가 이리저리 고백하다 차여보기도 하고
망한 연애도 해보고 이러면서 내가 체득해 가는 것처럼
브랜딩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게 되게 귀하거든요.
그게 영원하지 않아요.
그걸 동력 삼아서 뭔가를 정말 깊게 Deep Dive해 보고
덕질하는 경험을 꼭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게 되게 귀하거든요.' 라는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새로운 길을 걷는 AND도 용기내 나아가다보면
언젠가 그 귀한 마음을 가지신 분들을 만나겠지요.
'그런 분들을 실제로 만난다면 정말 소중한 순간이 되겠구나' 생각하니
왠지 뭉클해졌습니다.
이게 참 어렵죠.
일을 잘한다라는 것 자체도 되게 모호하고 측정할 수도 없고요.
저는 근데 제 선배가 해줬던 말을
지금도 유념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상민,
상민이 지금 엘리베이터를 딱 탔어
근데 거기에 대표님이 계신 거야
대표님이 상민한테 물어보는 거지
"요즘 일하는 거 어때요?" "무슨 일 해요?"라고 물어봤을 때
상민이 그때 그 자리에서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이 일의 '배경'이 뭐고,
이 일을 '왜' 하고 있고,
이 일의 '목적'이 뭐고,
그 목적에 닿기 위해서 '어떤 액션'들을 하고 있고,
또 그 액션 관련한 '어떤 걱정'들이 있고,
그 걱정을 해결하기 위해서 또 '어떤 고민'을 하고 있어?
...
이런 거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으면 상민이 일을 잘하고 있는 거야.
라는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지금은 11년 차가 됐지만
제가 일을 잘하고 있나 의심이 될 때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그리고 1층을 눌러서 그 질문을 저한테 해요.
"왜"라고 하는 질문을 저한테 계속하는 게 답인 거 같아요.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자기한테 한번 해보세요.
그게 단단하게 정의가 돼 있으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ACE REPORT ep1 에서 김서현 PD님은
'아 맞다 안하기'와 '데드라인 지키기'를 일잘러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꼽은 바 있습니다.
오늘의 일잘러 김상민 마케터님께서는
'엘리베이터에서 대표님께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정리하여 말할 수 있는가?'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가?' 를
일잘러의 조건으로 꼽아주셨습니다.
일잘러는 '일을 잘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결국 자신의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만이
일잘러가 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오늘도 AND는 저희의 일, 저희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해봅니다.
*김상민 마케터님의 이야기는 AND채널에서 직접 들어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AND_studio/featured
AND STUDIO 한승아 Creative Produc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