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기간제라는 계약직 직원은 기간이 정해져 있다. 보통 일 년 이내인 단기간을 근무한다. 그리고 근무 평가 성적이 좋다면 한 번 더 연장할 수 있어서 최대 이 년간 근무가 가능하다. 그는 함께 있는 동안 우리끼리 재미있게 지내자며, 먼저 우리에게 다가왔다. 황구는 그런 친구 같은 동생이었다.
“멍멍멍, 황구요. 황구!”라며 종종 오전과 오후 교대 시간 때 서로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 자연스럽게 끼어들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갑자기 대화 자리에 낀 미안함을 중화시키듯. 모두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약간은 애교가 섞인 표정으로 어떤 이야기든 중간에 슬쩍 오가는 대화에 끼어들었다. 넉살 좋게 이질감 없이 어울리는 성격이었다. 아무래도 두 명이 함께 근무하니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았다. 혼자 있는 시간도 꽤 편하고 조용하니 좋을 법하지만, 사람 성격에 따라 그런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종종 존재한다. 보기엔 업무가 특별한 일 없이 앉아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간혹 도서관 이용자들이 이것저것 물어 오면,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하고 긴급사항에 대응하기 위해 입구에서 근무를 한다.
황구는 생김이 원래 순한 사람이다. 너무 평범해서 한 번 본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평범하고 말투도 조곤조곤한 사람이었다. 그가 일할 때면 눈치껏 두리번거리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 적극적이지만 악의 없고 순한 사람이었다.
“성님, 저는 말이죠.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들을 너무 많이 마주쳤어요. 징글징글해요. 그래서 말이죠. 사람들하고 부딪히고 싶지 않아요. 도서관에는 책을 읽으러 오니깐, 이곳에는 나쁜 놈이 그래도 적거나 없겠지 싶어 왔어요.” 언젠가 그가 내게 한 말이다.
그런 그가 일 년을 넘어 재계약을 하고 난 뒤 삼월쯤 문제가 생겼다. 방학 기간이 끝나고 개학을 하면 도서관에서는 이용자가 줄어들 시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방학 기간에는 주로 학생들의 이용이 많다. 학생 이용자가 팔 할이면 일반 이용자가 이 할 정도다. 일 년을 경험해 보았으니 큰 문제가 생길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삼월, 어느 날 오후 출근했을 때, 교대하는 근무자의 낯빛이 어두웠다. 살다 보면 왜 그런 게 있지 않은가. 어딘가 무겁게 분위기가 가라앉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뭔가 정신이 나간 것 같았고 무슨 말을 하려고 잔뜩 뜸 들이는 듯싶었다.
“김 반장님, 뭐예요?”
“….”묵묵부답이다.
“왜 그래요. 무섭게끔.” 살짝 채근하듯 말했다.
“조용해, 사무실 직원들 들을라.”
“아, 뭔데 그래요. 정말.” 함께 일하는 김 반장은 조심성이 많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특히 다른 사람들 이야기하는 것을 적어도 일 년 동안 함께하며 한두 번 정도 들었을 뿐만 아니라 말 자체가 적은 사람이었다. 도서관 행정 사무실 직원들마저 콕 집어 말을 하지 않는 이상, 먼저 나서서 말하는 경우는 없었다. 정말 입이 무거운 스타일이다. 그런 그가 뜸을 잔뜩 들이고 나서 한마디 했다.
“황구. 황구여.”
“그래, 황구가 어쨌다고요.”
또다시 입을 다문 그를 바라보며 조바심이 생겼다. 최근 삼 일 동안 황구와 함께 근무하며 그에게 특별한 낌새를 차릴 수 없었다. 짧은 순간 ‘대체 뭐가 문제지?’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필름을 빠르게 돌려봐도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황구가 짖었어. 그 왜 있잖아. 저기 다리 건너 단발머리에 안경 쓴 부녀회장 말이야.”
“그래요. 그 안경 쓴 부녀회장이 왜?”
#매주 수요일 연재 예정입니다. 수요일에 만나요_운담 유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