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도연호

by 도연호

치약공장에서 일하던 형은

그날밤 그만둔다고 했다

치밀한 직선으로 쭈욱 끌려나온

화한 밤은 끝없이 흘러가서

부모님이 여러 쌍이라고 했다


뚜껑 끼우고 돌리고

뚜껑 끼우고 돌리고

아무리 애를 써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다 쓴 치약이 쭈글쭈글 늘어져도

언니는 지나치게 상냥했고

형이 끼운 뚜껑은 특별히 잘 열리지 않아서

직장동료들도 형을 잘 모른다고

칫솔의 무성한 털들과

치약의 휘어진 궤도에

언니, 더 가까이 와

밤이 젤처럼 피부를 감싸면

형은 몇 배나 더 외로워하더라고

이빨을 치열하게 닦아내

여러 쌍의 엄마 아빠들 모두

아르르르 퉤, 퉤 내뱉더라고

다음날이면

형이 고아라서

나도 고아가 되었고

다리를 접질린 형은

어두운 낮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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