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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자 Oct 30. 2024

[연작시] 그대에게 18




그대에게 18



아침에 입김놀이가 유년 시절마냥 재미납니다

짙은 안개를 뚫고 산책 겸 운동을 다녀오다가

사계절 갤러리(자연)가 주최한 작품을 감상합니다

‘보석’을 주제로 거미가 직접 세공하고 만든

다이아 이슬 목걸이와 왕관 전시회입니다

겨우내 진행될 전시는 늘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환경을 생각하고 입장료가 없는 ‘무인시스템’인 만큼

관람객들은 ‘품위’를 지켜주시면 좋겠습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모두가 관섭해야할

가장 큰 문제일 것입니다

산과 들녘 곳곳, 계절에 따른 장관壯觀들은

초월적인 지휘자의 오케스트라 공연이며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예술작품들입니다

올 여름 참으로 ‘긴’ 더위였습니다

올 겨울은 차마 예상하기도 두렵습니다

사라지는 온화함(봄)과 너그러움(가을)은

콘크리트로 숨이 막혀가는 모두(인간과 자연)의 병입니다


자연이 좋아 시골 살이 중에 있습니다

자연과 맞닿아 있으면 고요하고 편안합니다

아이들에게도 이 위대한 삶의 질서(자연교육)를

나누고,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오래토록’

자연이 주는 지혜는 누구에게서도 배울 수 없는

참된 도리며 안전한 ‘쉼터’임을 알려야 합니다


선선해지니 아이들이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마당에 땅파기 놀이는 겨우내 소일거리입니다

땅을 파던 자리엔 잔디가 모두 죽어 흉하지만

세상천지 이보다 더 귀한 놀이는 없을 것입니다

올 봄 구덩이를 다시 메우며 이것저것 넣은 것들은

분명 녀석들에게는 재밌는 발굴發掘체험입니다

훗날

우리의 자손들이 뛰놀 수 있는 길(흙)의 ‘확보’가

어른들로서의 제일 시급한 ‘소명’이 아닐까 합니다


날이 참 좋습니다, 바람은 인심좋게 물결을 일으켜

산과 들녘으로 찬연한 바다를 옮깁니다

구절초, 황국, 코스모스와 염색 중인 들풀, 잎새들이

막바지 재량才量을 뿜내고 있습니다

그대도 짬을 내어 전시회에 다녀오길 권합니다만

그대의 ‘품격’이야 내가 잘 알기에 걱정치 않습니다


흙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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