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3_김경민
부엌 창으로 아랫집 마당을 봅니다
엿보는 것은 맹세코 아닙니다
개수대 위에 창이 난 것입니다
아랫집에는 진순이가 살고 있습니다
진돗개인데 성견입니다
올 봄 진순이는 우리집 마당에
종종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녀가 가출을 시도한 것입니다
이유는 갓난쟁이들 때문이었습니다
출산을 하고 젖을 물리다보니
어지간히(초산)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그 시기 진순이의 집이 검은 천으로
가려진 상태였기에 산실인지 몰랐습니다
(사실 진순이가 다른 곳으로 간 줄 알았습니다)
그 후로도 진순이와의 접견(가출)은
계속 되었습니다
진순이의 세 마리 아이들은 입양을 가고
한 녀석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뜬금없이 진돗개 얘기를 꺼낸 것은
설거지 중에
그들의 사냥놀이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진순이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댑니다
철부지 유아는 그래도 엄마가 좋습니다
덤비면 얻어맞고 맞으면서도 또 덤빕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떠오른 것이
강아지가 크면 누가 떠나게 될까....
진순이도 처음부터 혼자는 아니었습니다
한 태胎에서 나온 진돌이와
자라면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별은 항시 시작의 그늘에 숨어 있는데
확실한건 이별의 의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 아이의 위력은 숨기면 숨길수록
더욱 거대해짐을 알아야 합니다
진순이와 강아지 뒤에 숨은 이별을 봅니다
그것은 나의 ‘것’이기도 했습니다
빠끔 머리카락만 흩날립니다
이리오라 손짓을 합니다
그간 먼지를 털어내며 안아봅니다
‘자꾸만 숨기려 해서 미안해’
품에서 떼어낸 이별은 내 키를 넘어
훌쩍 자라 있었습니다
그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이별도 그럴 테지요